[헬스파일] 외모주의를 성찰하다(1)

입력 2018-03-21 11:16
최정호
최정호성형외과 원장

나는 30년 동안 성형외과 의사라는 직업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20년동안 미용수술을 주요 밥벌이 수단으로 삼아 사람들의 외모를 개선, 혹은 변형시키는 의료행위를 지속해왔다.

세간에서 비판하는 과도한 외모주의(Lookism)에 대하여 그 원인을 찾아보고, 또 현실은 어떤 상황인지 살펴보고,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합리적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외모주의의 기원

우리가 사는 이 우주에는 물질과 정신이라는 두 가지 실체가 있다. 정의상 변화하는 물질의 근저에 지속적으로 존립하는 그 무엇을 실체라고 한다.

물론 데카르트가 정신과 물질이라는 실체 이원론을 주장했지만 정신이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실체인가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아 정신이 육체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지의 여부는 이 글에서 논하지 않고자 한다.

데카르트는 물질의 속성을 ‘연장’이라고 정의하였다. 현대과학의 용어로 말한다면 ‘질량과 부피를 가지는 존재로’이다. 의학은 이러한 정신이 깃들어 있는 물질인 인체를 연구하고 치료하는 학문이다.

우리 몸은 스스로 사유하는 물질로 이 이중성은 외모주의의 중요한 기원이다. 삶이 이루어지는 이 세계는 물질로 가득하다. 우리의 삶은 이러한 물질 안에서 물질을 이용하고 물질을 생산하고 결국에는 물질로 돌아간다.

모든 물질은 여러 가지 속성을 가진다. 크기, 색깔, 무게뿐만 아니라 온도, 맛, 질감 등이 이러한 속성에 해당된다. 우리가 어떤 물질을 대상으로 파악하고 우리의 심상에 떠올릴 때 이러한 대상의 속성이 현시되는 것이다.

인간은 이러한 ‘연장’의 특성을 가진 물질을 대상으로 파악하며 그 대상의 모양을 중요한 정보의 원천으로 삼는다. 때문에 모양은 인간뿐 아니라 눈을 가진 대부분의 동물들에게 생존과 번식을 위한 삶의 과정에서 중요한 판단과 행동의 근거가 된다.

예를 들면 잘 읽은 빨간 사과는 설익은 연두색 사과와 비교하여 수확을 하거나, 먹기에 알맞은 때라는 판단의 중요한 근거가 된다. 그러나 그 사과가 썩으면 모양이 변하고, 색깔도 변할 것이며 냄새도 날 것이다. 이때 이러한 변화를 판단하는 것은 생존과 번식에 필수적인 능력이다. 물질이 가지는 속성과 이를 판단하는 정신이 만들어 낸 모양판단의 능력이 이 글이 논하는 외모주의의 원인이다.

인간의 육체는 어떤 모양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집단을 이루어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살아간다.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인간 종의 특성은 생존과 번식에 자연과 그 환경보다 다른 인간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의 외모와 타인의 외모는 판단과 행동의 주체와 동시에 객체로써 중요한 기준이 된다.

외모주의는 이러한 근원적 존재와 인식 그리고 생물학적 토대에 그 기원이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