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향해 “제왕적 대표”라고 신랄한 공격을 퍼부었다. “파시스트적 협박” “민주주의 부정” 등의 표현도 썼다. 홍 대표가 전날 대통령 개헌안에 반대하며 “국회 표결이 이뤄지면 한국당은 불참하겠다. 투표장에 가는 의원은 제명하겠다”고 공언하자 이런 비판을 쏟아냈다.
◆ 추미애 “洪, 의회민주주의 부정하는 파시스트”
추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홍 대표의 발언을 거론하며 “듣도 보도 못한 제왕적 대표”라면서 “제1야당 거대 의석을 방패 삼아 의회민주주의를 정면 부정하는 파시스트적 협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개헌안 발의는 헌법에 명백히 보장된 권한"이라며 "국회가 개헌 발의권을 스스로 포기하면서 대통령도 하지 말라는 태도는 그 어떤 국민도 수긍하기 어려운 정략적인 태도라고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길 입구를 가로막고 서서 국회가 총리를 추천하지 않으면 못한다는 식으로 권력 나눠먹기 의도를 드러내는 세력이야말로 개헌논의의 진정성이 없다. 30년만의 개헌에 진보와 보수, 여야는 없다. 다시 한 번 야당의 전향적 태도를 촉구한다"고도 했다.
추 대표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탄핵 촛불집회 당시 위수령 발동을 검토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문건은 당시 한민구 국방장관 지시로 작성됐다"며 "위수령 등은 국방장관 차원에서 검토될 일이 아니다. 누구의 지시에 의해 작성됐는지 어떤 논의를 거쳤는지 밝혀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자신의 수많은 범죄 혐의에 대한 증거와 증언 앞에 스스로 체념한 것이 아닌가 싶다"며 "법원은 법과 원칙에 따라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기를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 홍준표 “개헌은 안 될 게 뻔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6·13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전체회의에서 “대통령 개헌안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할 것”이라며 “개헌 투표를 하게 되면 우리당은 투표에 불참한다. 본회의장에 들어가는 (한국당) 의원은 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예정인 개헌안을 두고 “지방선거용 개헌이란 게 명확해졌다. 해방 이후 대통령발 개헌을 한 건 거의 다 독재정부 시절”이라며 “개헌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하는 것이다. 개헌은 안 될 게 뻔하다”고 단언했다.
청와대는 이날 헌법 전문에 부마항쟁과 5·18 민주화운동, 6·10 항쟁 이념 계승을 명시하는 개헌안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26일 발의할 대통령 개헌안 주요 내용(전문 및 기본권 분야)을 발표했다. 21일에는 지방분권, 22일에는 정부형태 등 헌법기관 권한 부분이 공개된다.
청와대는 대통령 개헌안에서 박정희 정권 붕괴의 도화선이 된 부마항쟁을 비롯해 5·18과 6·10 등 역사적인 민주화운동 정신 계승을 전문에 포함시켰다. 현행 헌법(1987년 개정) 전문에는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명시돼 있다.
조 수석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짐은 물론 법적·제도적 공인이 이뤄진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촛불혁명의 경우 현재 진행 중이라는 점을 고려해 전문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당 회의에서 “한국당이 주장하는 정부 형태는 상상을 해보면 문재인 대통령에 홍준표 총리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국회에서 총리를 선출하자는 한국당 주장을 비판했다. 이에 홍지만 한국당 대변인은 “홍준표 대통령에 문재인 총리가 되더라도 그것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벗어나고, 특히 그것이 국회의 합의를 통해 마련된 국민적 안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