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이제 동물 털을 활용한 모피 제품을 팔 수 없게 됐다. 샌프란시스코 시의회는 20일(현지시간) 모피 판매금지 조례를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미국에서 모피 판매를 법으로 금지한 최대 도시가 됐다. 금지법은 내년 1월 1일 발효되며, 소매상의 재고품 소진용 판매는 2020년 1월까지 허용된다.
캘리포니아주는 이미 버클리와 웨스트 할리우드가 모피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 대열에 합류한 세 번째 도시가 됐다. 모피 코트 등 의류뿐 아니라 모피가 함유된 장갑 및 액세서리 같은 제품도 팔 수 없다. 샌프란시스코 상공회의소는 시내 모피 제품 판매액이 연간 4000만 달러(약 428억원) 정도라고 추산하고 있다.
모피 판매를 금지한 가장 큰 이유는 생산 과정에 있다. 모피를 얻는 방법이 너무 잔혹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줄기차게 제기됐다. 대부분의 ‘모피 공장’은 모피를 채취하기 위해 산 채로 동물 가죽을 벗긴다. 죽인 다음에 하면 몸이 단단하게 굳는 사후경직으로 가죽이 뒤틀린다. 더 좋은 모피를 얻으려 숨이 붙어 있는 상태로 가죽을 벗기는 것이다.
부드러운 털을 확보하기 위해 생후 6개월 정도의 동물이 주로 희생된다. 국내외 동물보호단체는 해마다 4500만∼5000만 마리의 동물이 모피 농장에서 고통 속에 죽는다고 추정하고 있다.
패션산업을 이끄는 세계적 기업도 잇따라 탈모피를 선언했다. 명품 브랜드 구찌는 지난해 10월 동물 모피 사용을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전면 중단키로 했다. 반스와 팀버랜드 등 세계적 의류 브랜드를 소유한 VF그룹도 모피나 앙고라를 쓰지 않겠다면서 ‘퍼 프리’ 대열에 합류했다. 스텔라 매카트니, 아르마니, 랄프 로렌, 휴고 보스 등은 이미 모피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미국 온라인 유통회사인 육스 네타포르테 그룹은 지난해 6월 모피 제품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고객 2만5000명에게 물었더니 절반 이상이 “모피 판매 중단을 원한다”고 답한 데 따른 조치였다. “신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더 윤리적으로 소비한다”는 컨설팅 회사의 진단도 있었다. “동물 털은 원래 우리 것이 아니다”라면서 가짜 털을 이용해 모피처럼 만드는 ‘비건 패션’ 브랜드도 적지 않게 생겨나고 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