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촉구 촛불집회 때 위수령 문건 만든 국방부

입력 2018-03-21 05:43 수정 2018-03-21 06:12
사진=뉴시스(좌측) JTBC 뉴스룸 캡처(우측)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 당시 국방부가 특정지역에 군 병력을 출동시키는 이른바 위수령을 검토한 문건들이 공개됐다. 문건엔 계엄령 절차와 무기사용 범위까지 담겨 있다. 탄핵 심판을 앞두고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작성된 문건이라는 점에서 탄핵 기각을 대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JTBC는 국회 국방위 이철희 의원을 통해 입수한 ‘위수령에 대한 이해’ ‘군의 질서유지를 위한 병력 출동 관련 문제 검토’라는 제목이 달린 문건을 20일 공개했다. 공개된 문건은 지난해 한 전 장관의 지시에 따라 국방부가 작성해 보고한 것이다. 위수령은 특정 지역의 치안 유지를 위해 군 병력을 출통시키는 조치를 뜻한다.

문건이 작성된 시점은 지난해 2월, 박 전 대통령이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기각이 될 경우 집회 규모가 훨씬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을 무렵이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기각될 경우 국방부가 국회 동의 없이 특정지역에 군 병력을 출동시킬 수 있게 된 셈이다.

뿐만 아니라 ‘군의 질서유지를 위한 병력 출동 관련 문제 검토’라는 제목의 문건은 한 전 장관이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요구해 작성된 것으로 계엄령 선포부터 무기 사용 범위까지 담겼다.

‘치안유지 목적의 병역출동 시 군의 무기사용 가능 범위’라는 제목 아래엔 병력 출동해 치안유지 활동 시 제한적인 무기 사용이 가능하다고 적혀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준한다고 명시돼 있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0조의 4 무기 사용에 근거하면 경찰관은 법인의 체포, 범인의 도주방지,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생명 시체의 방어 및 보호, 공무집행에 대한 항거의 제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그 사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해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아울러 문건엔 위수령에 의한 병력 출동은 광역자치단체장의 요청에 의한 것이지만 위수사령관은 치안유지에 대한 조치에 관해 자치단체장과 협의할 수 있으므로 병력출동에 관해 능동적으로 요청할 수 있을 것으로 해석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위수령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광역자치단체장의 요청에 대비해 병력 출동 부대와 규모, 무기 휴대 범위, 행동 준칙 등에 대한 사전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병력 출동의 근거로 계엄령이 더 적합하다고 명시돼 있다.

질서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계엄령이 선포되도록 한 뒤 법적 여건이 보장된 상태에서 병력 출동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적혀 있다. 이는 병력 출동의 법적 근처와 절차가 구체적으로 담긴 셈이다.

이에 대해 이철희 의원은 “병력 동원에 대한 검토를 했다는 건 아무리 좋게 봐도 ‘저게 과연 선의였을까’하고 해석하기는 어렵다”며 “다른 맥락이 있지 않을까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해당 문건 작성자는 JTBC에 “단순한 개념정리였고 헌법에 위배 된다는 의견이었다”며 “실제 병력을 동원하려고 했다는 건 소설”이라고 반박했다.

국방부 감사관실은 민감한 시기에 장관의 지시로 문건이 작성 됐다는 점에 주목하며 한 전 장관의 지시 배경과 실제 병력 출동 움직임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