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여성·노인 ‘사회적 약자’ 돌본다… 文개헌안에 담긴 ‘철학’

입력 2018-03-21 02:19 수정 2018-03-21 02:20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헌법 전문과 국민 기본권 분야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오른쪽은 김형연 법무비서관. 청와대사진기자단

헌법상 용어 ‘근로→ 노동’ 대체
기본권 주체도 ‘국민’서 ‘사람’으로
부마항쟁, 5·18운동, 6·10항쟁 명시
국민소환·발안제로 의회 권력 견제
“광범위한 기본권 확대 역효과… 국가 할 일 너무 방대해져” 우려도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이 베일을 벗었다. 문 대통령은 노동자와 여성, 노인 등 사회적 약자 보호 조항들을 개헌안에 담았다.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를 도입해 국회의원의 권력을 견제하고 직접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의 천부인권적 기본권도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

청와대는 2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통령 개헌안의 전문 및 국민기본권 분야 조항들을 발표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이번 개헌은 기본권을 확대해 국민의 자유와 안전, 삶의 질을 보장하고 직접민주주의 확대 등 국민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개헌안 전문에는 부마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10항쟁 3가지 민주화 운동의 이념이 담겼다. 또 ‘자치와 분권을 강화한다’는 표현도 삽입된다.

노동자의 권리는 대폭 강화됐다. 상징적 조치로 헌법상 ‘근로’ 용어를 ‘노동’으로 대체했다.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기 위해 국가가 노력할 의무도 명시했다. 또 성별, 장애 등으로 인한 차별을 막기 위한 국가의 개선 노력 의무를 신설하고 어린이,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의 동등한 권리도 보장토록 했다. 세월호 참사에서 보듯 각종 사고·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인 생명권과 안전권 조항도 신설했다.

기본권 주체는 기존의 ‘국민’에서 ‘사람’과 ‘국민’으로 세분화했다. 국민으로 한정할 경우 국내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힘들다는 취지다.

다만 국민 기본권이 너무 광범위하게 확대돼 역효과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신옥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이 안전권까지 규정하면 국가가 할 일이 너무 방대해진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밤 늦게까지 참모들과 함께 토론하며 직접 자구를 손봤다. 기본권 주체를 ‘사람’으로 확대하는 방향도 문 대통령이 직접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21, 22일 지방분권과 정부 형태에 대한 대통령 개헌안을 발표하고 국회를 압박할 계획이다.

개헌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개헌 투표를 하게 되면 본회의장에 들어가는 (한국당) 의원을 제명 처리할 것”이라며 개헌 표결 보이콧 방침을 밝혔다. 정태옥 대변인은 국민소환제 등에 대해 “촛불 포퓰리즘으로 정치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도 “국회를 무시하는 제왕적 대통령의 오만이자 국민이 만들어준 국회 협치 구도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