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성폭력으로 파산한 첫 회사”… ‘미투 촉발’ 와인스틴 회사, 파산보호 신청

입력 2018-03-20 16:57

여배우들을 지속적으로 성추행·성폭행한 혐의로 전세계적인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을 촉발한 할리우드 거물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이 세운 영화사가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성폭력 피해 여성들이 와인스틴의 부적절한 행동을 외부에 발설하지 못하게 입막음한 협약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와인스틴이 공동 창업한 영화 제작사 ‘와인스틴 컴퍼니’는 1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AP·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AP통신은 “와인스틴 컴퍼니는 거의 최초로 직장 내 성폭력으로 파산하게 된 거대 회사가 됐다”고 전했다.

와인스틴 컴퍼니는 와인스틴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 여성과 증인들이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하게 막은 비밀유지협약(NDA·Non-disclosure agreements)을 해제한다고도 밝혔다. 이는 뉴욕주 법무장관인 에릭 슈나이더만이 오래 전부터 문제제기해온 것으로, 그는 지난달 직원들을 대신해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 측은 “지난해 10월부터 와인스틴은 NDA를 피해자 입막음용 비밀무기로 사용해온 것이 드러났다”며 “이 ‘협약’은 즉시 폐기된다”고 밝혔다. 이어 “어느 누구도 (피해 사실을) 밝히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고, 침묵을 강요받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회사는 모든 자산을 사들이는 조건으로 투자회사인 랜턴 캐피털 파트너스와 ‘스토킹 호스’ 방식의 매각 협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스토킹 호스란 우선매수권자(예비 인수자)를 정해놓은 뒤 별도로 공개경쟁입찰을 진행하고, 입찰이 무산될 경우 예비인수자에게 매수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와인스틴은 수십년간 할리우드 배우와 직원 등에게 상습적인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와인스틴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피해 여성만 80여명이다. 지난해 10월 5일 뉴욕타임스가 와인스틴의 악행을 고발한 뒤 전 세계적으로 성폭력 피해사실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퍼지고 있다. 와인스틴은 성폭력 의혹 이후 자신의 회사에서 해고됐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