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 BMW 사달라”… 하청업체에 ‘끝판 갑질’ 한 건설사

입력 2018-03-20 15:03

국내 대형 건설회사인 대림산업 임직원들이 하도급 업체를 상대로 지속적인 갑질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수억원대 금품을 받아 챙긴 것은 물론 한 현장 총괄자는 딸의 대학 입학 선물까지 요구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대림산업 현장소장 백모(54)씨와 권모(45)씨를 구속하고 김모(60) 전 사장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하청업체로부터 공사수주·편의 등의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다.

이들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대림산업에서 시공한 각종 토목공사에 하청업체로 참여한 H건설 박모 대표로부터 추가 수주 및 설계변경을 통한 공사비 허위 증액 등의 청탁과 함께 총 6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김 전 사장을 포함한 임직원들은 토목사업본부장·현장소장·감리단장 등으로 공사 현장에 포진됐다. 이때 자신들과 하청업체 간의 ‘갑을’ 관계를 이용해 “하청업체 평가를 잘 해주고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비를 증액시켜 주겠다”고 제안하며 각각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 금품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현장소장 권씨는 박 대표에게 자신의 딸 대학 입학선물로 BMW 차량을 요구했다. 발주처 감독관 접대비 명목 등으로 13차례에 걸쳐 총 2억원 상당의 금품을 챙기기도 했다. 또 다른 현장을 담당했던 백씨도 박씨에게 발주처인 LH공사 감독관 접대비 명목 등으로 총 10차례 돈을 요구했고 1억4500만원을 받아냈다.

김 전 사장은 현장 총책임자로 현장소장 인사권을 행사하는 토목사업본부장 재직 때 아들 결혼 축의금 명목의 돈을 수수했다. 부인을 통해 박 대표에게 현금 2000만원을 받아낸 것이다. 감리단장으로 일했던 임모(55)씨 역시 하청업체측으로부터 각종 공사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7차례 총 1600만원을 뜯어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박 대표도 배임증재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박 대표는 “갑의 위치에 있는 시공사 간부들이 노골적으로 접대비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했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공사에서 트집을 잡거나 중간정산금 지급을 미루는 등 횡포를 부렸다”며 “협력사 관계 유지가 어렵기 때문에 을의 위치에서 어쩔 수 없이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대림산업 측은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향후 최종 결과를 지켜보고 회사 내규에 따라 인사조치를 하겠다”며 “이번 건을 계기로 사내 시스템을 재정비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