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환경미화원 이모(50)씨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20일 오전 전주 완산경찰서로 이동했다. 이씨는 흰 마스크를 착용하고 붉은 점퍼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쓴 채였다. 몰려든 취재진이 “왜 동료를 살해했느냐”고 묻자 그는 “그렇게 됐습니다”라고 덤덤하게 답했다. “죄송합니다”라는 짧은 답변도 덧붙였다.
이어 계획적인 범행이 아니냐는 질문과 자백한 이유를 묻는 말에는 “죄송합니다. 피해자 가족들에게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연달아 시신 훼손 여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아닙니다. 죄송합니다”라며 같은 말을 반복했다. 이씨는 이날 경찰서에서 범행 동기와 경위에 대한 추가 조사를 받는다.
이씨는 지난해 4월 4일 오후 6시30분쯤 전주 효자동 자신의 집에서 동료 환경미화원 A(59)씨와 함께 술을 마시다 다툼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A씨를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유기했다.
이씨는 범행 다음날 오후 6시10분쯤 자신이 쓰레기를 수거하는 노선에 A씨의 시신이 담긴 봉투를 가져다 놨고, 이튿날 새벽 업무를 시작하며 봉투를 직접 수거했다. 시신은 다른 쓰레기들과 함께 소각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A씨가 자신의 가발을 잡아당기고 욕설을 하자 홧김에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씨가 생전 A씨에게 8700만원가량을 빌린 적 있고, 범행 이후 A씨의 신용카드를 이용한 점을 들어 금전 관계에 의한 범행을 의심하고 있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