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땅값, 이재용 경영권 승계 작업 때마다 요동”

입력 2018-03-20 13:5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뒤 법정을 나서 호송차에 오르며 미소짓고 있다. 뉴시스

용인 에버랜드의 공시지가가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19일 SBS에 따르면 1995년 에버랜드 공시지가가 94년 9만8000원에서 3만6000원으로 이례적으로 폭락했다. 이듬해인 1996년 에버랜드는 전환사채를 저가로 발행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남매에게 나눠줬다. 당시 전환사채는 시중 가격의 10분의1 수준으로 발행됐고, 이 부회장은 에버랜드 최대주주가 돼 경영권 승계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SBS는 설명했다.

이 부회장이 에버랜드 최대주주가 된 직후 폭락했던 공시지가는 계속해서 상승했다. 그러다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앞두고 최소 2배 이상 올랐다. 이 시기 삼성 측은 제일모직이 가진 에버랜드 땅 가치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삼성 총수 일가의 재산 가치를 높여 합병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려고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방송은 전했다. 방송은 보통 기업들은 공시지가가 오르면 그만큼 세금도 많이 내야하기 때문에 급격한 공시지가 인상에 대해 반발하기 마련인데, 삼성은 이의제기를 하지 않고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결정을 위판 주주총회를 보름 앞두고 에버랜드에 테마파크 호텔을 건립 계획을 발표하며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아 시너지 효과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합병이 통과된 지 4개월 뒤에 테마파크 호텔 건설 계획을 경영악화를 이유로 돌연 연기했다.

공시지가는 국토교통부가 매기는 표준지 공시지가에 따라 정해지는데,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공시지가가 요동친 것에 대해 정부가 삼성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준 게 아니냐 하는 의혹이 제기된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