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수도권 야산서 가족과 칩거 “아내·아들에 제일 미안”

입력 2018-03-20 13:47
자신의 여비서를 성폭행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9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검찰청에 출석,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청사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안 전 지사는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본인들께서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고 한다.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윤성호 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지난 9일 검찰에서 처음 조사를 받은 이후 수도권의 한 야산에 있는 컨테이너에서 칩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 동창인 A씨 집에 딸린 곳으로, 안 전 지사의 아내와 두 아들도 함께 지내고 있다.

동아일보는 안 전 지사가 방 한 칸과 화장실로 이뤄진 20㎡ 남짓의 컨테이너에서 머물고 있다고 20일 보도했다. 안 전 지사는 자진해 검찰에 출석한 다음 날 이곳을 찾았으며 2번째 소환 조사를 받은 19일 오후까지 밖에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매체는 안 전 지사가 가끔 이불을 털거나 인근 개울가에서 쓰레기 줍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안 전 지사의 아내와 아들은 컨테이너 옆에 있는 A씨 집에서 지내고 있다. 안 전 지사는 구속 가능성에 대비해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 하고 있다. 식사 때는 부인과 마주 앉는다고 한다. 안 전 지사는 매체에 “고소인들 마음의 상처에 대해서도 미안하고 아내와 가족에게 제일 미안하다”고 밝혔다. A씨는 안 전 지사가 하루 한두 끼만 먹고 있으며 그나마도 반 공기 정도라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안 전 지사는 1차 조사 후 말을 거의 하지 못하는 등 불안한 심리 상태를 보이다가 15일부터 감정 기복이 줄어들고 담담해졌다. 1, 2차 검찰 소환에 대비해 변호인단과 자주 만남을 갖기도 했다. 첫 폭로자였던 김지은씨에 이어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연구원의 추가 고소가 이뤄진 14일에는 측근인 신형철 전 충남도 비서실장이 방문했다.

안 전 지사 측 변호인은 “안 전 지사가 (두 고소인과) 성관계 가진 사실은 기억하지만 합의 하에 이뤄진 관계로 생각해서인지 시기와 장소를 잘 떠올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안 전 지사는 19일 검찰에 출석한 후 20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았다. 다소 굳은 표정으로 조사를 마치고 나온 그는 “성실히 조사에 임했다. 그 말씀만 드리겠다”고 말한 뒤 준비된 차량에 탑승해 검찰청사를 빠져나갔다. “강요에 의한 성폭행을 인정했는가” “2차 피해자에게 할 말 없는가” 등의 취재진 질문에도 같은 답변을 되풀이하거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검찰은 안 전 지사의 진술 내용을 세부적으로 분석하면서 범죄 혐의를 정리하고 있다. 이르면 이번 주 중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한 계획을 세울 전망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