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카메라로 현관문 비밀번호를 훔쳐본 뒤 빈집털이를 한 남성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일당은 화재감지기와 똑같이 생긴 카메라를 사용해 피해자들을 감쪽같이 속였다.
40대 김모씨 등 두 명은 부산에 위치한 아파트 4곳에서 2억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복도 천장에 화재 감지기 모형의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해 녹화된 영상으로 도어록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영상에는 외출하고 돌아온 집주인이 잠금장치를 풀고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전부 담겼다. 복도 불이 꺼지더라도 도어록에 들어온 불빛 때문에 번호가 카메라에 노출됐다.
이들은 외부인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오래된 아파트를 대상으로 삼았다. 피해자들은 화재감지기와 똑같이 생긴 카메라 때문에 범행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이 카메라에는 화재 감지 기능이 전혀 없었다.
범행에 쓰인 카메라는 온라인에서 쉽게 사거나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이다. 구매가 자유롭다 보니 몰래카메라를 활용한 범죄도 점차 늘고 있다. 지난해 8월 경찰청에 따르면 ‘몰카 범죄’는 2012년부터 5년간 연평균 21.2%씩 증가했다. 위장형 카메라를 판매·소지하는 사람의 신상정보를 등록하게 하는 내용의 법안이 지난해 말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김춘호 해운대경찰서 강력6팀장은 “출입할 당시 피해자들은 자기 집에 도둑이 든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집에 들어가고 난 뒤에 뒤진 흔적이나 금고가 파손된 것을 보고 나중에 알게 된 것”이라고 19일 KNN에 밝혔다. 경찰은 특수절도 혐의로 일당을 구속하고 이들이 훔친 물건을 산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