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바닥에서 자는데…” 노숙인에게 벌금 물리겠다는 영국의 도시

입력 2018-03-20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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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 길바닥에서 자는데 벌금을 내라고?”

영국의 한 소도시가 노숙인들에게 100파운드(약 15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잉글랜드 도싯주의 풀 시의회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오는 4월 16일부터 노숙인에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벌금은 건물 주차장이나 출입구에서 잠든 채 발견된 사람들에게도 부과될 예정이다.

풀 시의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술을 마시고 길거리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을 포함하는 이 정책은 반사회적 행동, 범죄, 무질서를 예방하고 지역사회와 개인의 위험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정책은 우선 도시 중심부인 알렉산드라 공원, 애슐리 로드 지역에서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하지만 시민 4000여명이 항의 청원서를 내는 등 이번 정책에 대한 반발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데이비드 라미 노동당 하원의원은 이번 정책을 잔인하고 무의미한 일로 비판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집이 없는 사람들과 길거리에서 자는 사람들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내가 본 것 중 가장 잔인하고 무의미한 정책”이라며 “가난하고 취약하다고 해서 왜 범죄를 저지른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집이 없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지원과 주택서비스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풀 의회의 한 의원은 “우리는 이 도시가 살거나, 일하거나,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안전하고 환영받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며 “도시 중심지에서 반사회적 행동이 증가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이러한 행동에 대처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