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남학생 A는 주의가 산만하다는 지적을 받아 부모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수업 중에는 떠들지는 않지만 딴 짓을 하거나 먼 산 바라보면 멍 때리고 있다. 그러다가 선생님이 뭔가를 지시하면 듣지 못해 다시 질문은 하거나 남보다 한 박자 늦게 시작하여 수행이 느려진다. 책상 서랍 정리나 주변 정리가 잘 되지 않고, 숙제나 준비물도 자주 빠뜨리니 야단을 맞고 심지어 밥도 다른 아이들보다 늦게 먹으니 담임선생님의 미움을 받는 것 같다는 부모의 얘기다.
머리는 좋은 것 같은데 공부를 시키기가 힘들어 숙제 한 가지를 할 때도 힘들어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한글을 떼는 데도 애를 먹였다. 물론 유치원 때도 행동은 비슷했다. 줄서서 순서 기다리지 못하고, 호기심이 많아 하고 싶은 것은 참지 못했다. 하지만 그 때는 선생님이 이해를 해 주시고 도와주시니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고 선생님도 ‘아직 어려서 그러니 나중에 나아질 거라’며 걱정하는 엄마를 위로해주었다.
하지만 입학 후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선생님이 아이를 야단치시고, 엄마에게도 전화를 자주 하시니 엄마도 스트레스를 받아 엄마도 행동을 교정시켜 보려고 아이를 호되고 야단치고 엄격하게 훈육을 하기도 해보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아이는 점점 풀이 죽어갔다.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병원에 가서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이하 ADHD) 검사는 해 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A의 엄마는 인터넷 등에 흔하게 있는 ADHD 체크리스트를 통해 먼저 체크를 해 본 후 자세한 검사를 결심했다. 정밀검사의 경우 먼저 지능검사를 통해 주의력이나 집중력을 요하는 항목에서 다른 항목에 비해 현저히 낮은 점수를 기록하는지 살펴보았다. 집중력 충동성 검사를 실시하여 자극에 반응하는 양상을 본다. 자극에 대한 반응이 너무 빠르거나 느린지, 부주의해서 실수를 많이 하는지 생각 없이 충동적으로 반응하는지, 이런 반응에 일관성이 있는지 아니면 비일관적으로 반응하는지를 보았다. 그리고 이런 반응들이 환경적인 문제나 부모의 양육태도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닌지를 보기 위해 정서적인 상태와 부모의 양육 태도에 대한 검사, 인성검사를 했다.
일단 ADHD가 진단되면 치료는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먼저 약물치료. 일반인들이 약물치료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경우가 많지만 부작용만 없다면 효과는 탁월하고 빠르다. 드라마틱하게 증상의 호전을 보인다. 하지만 단기적인 치료 즉 약을 몇 달, 며칠 동안 먹다가 끊은 경우에는 다시 증상이 나타나며 약을 먹은 기간 동안에만 효과가 있다. 하지만 2~3년 정도 장기 복용했을 때는 뇌의 전두엽 발달을 촉진 시켜 주는 작용을 하여 약을 끊은 후에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증상 호전 뿐 아니라 원인 치료가 되는 것이다.’ 약물에 의한 의존성이나 내성은 전혀 없다.
그러나 부작용이 있는 경우도 있다. 가장 흔하고 심각한 부작용은 식욕 부진이다. 초기에는 수면장애, 메스꺼움, 복통 혹은 두통 등이 올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게 사라지므로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또 틱 장애 등을 함께 지니고 있는 경우 약물치료에 의해 악화될 우려가 있다. 또 이런 부작용들이 없는, 작용 기전이 전혀 다른 약물도 개발되어 있으므로 여건에 따라 선택 할 수 있다. 약물은 적어도 2~3년 장기 복용해야 하므로 장기 복용시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이미 연구를 마친 약물들만이 출시돼 장기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 문제는 걱정할 필요 없다.
치료 약물은 2~3년 이상 복용해야 하는 만큼 약물치료는 신중하게 시작해야 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부모 교육, 행동 수정을 통해서도 증상 호전이 올 수 있으므로 먼저 실시해 본다. 이를 통해 부모는 아이에게 효과적으로 지시하는 방법이나 나쁜 습관을 고치는 방법, 의사 소통 훈련 등을 받을 수 있다. 또 정서적인 문제로 인한 산만한 중상은 놀이치료 등을 할 수 있다.
약물치료에 의한 부작용이 염려될 경우나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 뉴로피이드백, 코그메드, 인터렉티브 메트로놈(IM)등의 대안적 치료법을 쓰기도 한다. 이는 뇌 자체의 잠재된 뇌기능을 회복, 강화시키는 치료이지 외부적으로 자극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작용은 없다. 약물치료를 해야 할지, 이런 뇌기능훈련 만으로 가능할 지는 전문의가 판단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며 효과도 없는 치료를 하며 시간만 낭비하고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
ADHD 치료에는 ‘치료 시기’가 가장 중요하게 치료 경과나 예후를 결정한다.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장 적절한 치료방법의 선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호분(연세누리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