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4선을 축하하지 않는 두 나라…미국과 영국

입력 2018-03-20 09:52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메이 영국 총리. 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4선에 맞춰 세계 각국 정상들의 축하 메시지가 이어지고있다. 하지만 러시아와 갈등 상태인 미국과 영국만은 예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9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에게 전보를 보내 “마음을 다해 재선을 축하한다”며 “오늘날 양국이 대화를 계속하며 관계를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를 염두에 두고 우리는 상호적, 국제적 주요 문제들의 적절한 해법을 찾기 위한 건설적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며 “대통령께서 마주하고 있는 과제들을 성공시킬 수 있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염임을 축하하고 프랑스와 러시아 간 포괄적 협력을 위한 공동 노력을 계속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양측은 다양한 수준에서의 대화와 의견 교환을 지속하자고 합의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 세계 각국 지도자들로부터 푸틴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는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스파이 피살 사건으로 러시아와 갈등을 겪고 있는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의 축하 인사는 아직 없다. 러시아 이중 스파이 출신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은 지난 4일 영국의 한 쇼핑몰에서 미확인 물질에 노출돼 쓰러졌다. 메이 총리는 암살 시도에 사용된 신경작용제가 러시아 군사용으로 개발된 ‘노비촉’이라며 러시아에 해명을 요구했다. 미국과 EU도 영국 지원을 거론하며 힘을 보태고 나섰다. 영국은 러시아가 해명을 거부하자 자국 주재 외교관 23명을 추방하고 고위급 접촉을 중단하기로 했다. 러시아도 영국 외교관 추방으로 맞불을 놓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크렘린(대통령궁)은 푸틴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에게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스파이 출신 망명자 암살 사건이 러시아 소행이라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푸틴의 재선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호건 기들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의 재선에 대해 “놀랄 결과가 아니다”며 현재로서는 두 정상 간에 축하 전화가 예정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트럼프와 푸틴은 개인적으로는 서로의 리더십을 치켜세우며 양국 관계 개선을 꾀하자고 했지만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 때문에 현재 미러 관계는 최악의 상황에 빠져 있다. 푸틴 대통령이 3선을 달성한 2012년에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나흘 뒤에야 뒤늦은 축하 전화를 걸었다.

푸틴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러시아 대선에서 4번째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RCEC)에 따르면 개표 99.84% 기준 푸틴 대통령이 득표율 76.66%를 기록했다.







푸틴 대통령이 3선을 달성한 2012년 3월 러시아 대선 당시 미국에는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있었다. 오바마는 푸틴의 당선이 확정되고 나흘 뒤에야 뒤늦은 축하 전화를 걸어 양국 간 껄끄러운 사이를 그대로 보여줬다.

트럼프와 푸틴은 개인적으로는 서로의 리더십을 치켜세우며 양국 관계 개선을 꾀하자고 했지만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 때문에 현재 미러 관계는 최악의 상황에 빠져 있다.

시진핑의 경우 18일 푸틴 대통령이 승리했다는 결과가 나오자마자 축전을 보냈다. 그는 현재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사상 최고 상태라며 양국 발전과 세계 평화를 위한 협력을 이어가자고 강조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