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MB 혐의, 朴 혐의보다 질과 양 모두 가볍지 않다”

입력 2018-03-20 09:16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에는 10여 가지 혐의가 적시됐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범죄 소명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는 사안만 넣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18가지였다.

그러나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유를 설명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혐의들이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당시 혐의들과 비교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가볍지 않다”고 말했다. 또 “개별 혐의 하나하나가 구속 수사가 불가피한 중대한 범죄 혐의”라며 “계좌내역이나 장부 등 객관적 자료와 핵심인사 진술로 충분히 소명됐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19일 이 전 대통령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국고손실 및 조세포탈,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직권남용,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의 죄명을 달았다. 뇌물과 횡령, 탈세 등의 액수를 합하면 500억원대에 이른다.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르면 22일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등 110억원가량의 뇌물 혐의를 받고 있다. 다스가 조성한 약 350억원의 비자금과 30억원대 조세포탈 책임도 이 전 대통령에게 물었다. 다스의 투자금 반환 소송 등에 공무원 조직을 동원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고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가장 무거운 혐의는 110억원대에 이르는 불법 자금 수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다. 크게 7억원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삼성전자가 대납한 약 70억원의 다스 소송비, 2007년 대선 전후부터 2011년까지 기업 등에서 받은 35억5000만원의 불법자금 등이다. 이 중 국정원 특활비는 국고손실 혐의가 이중으로 적용된다. 다스를 통해 조성한 횡령액도 350억원에 이른다. 2007년 초반까지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다스 법인카드나 자동차를 사용하는 데 쓴 액수다.

검찰은 혐의의 중대성, 증거인멸 우려, 먼저 구속된 공범들과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범행의 최종 지시자이자 수혜자에게 더 큰 책임을 묻는 게 우리 형사사법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14일 이 전 대통령을 소환해 21시간가량 조사했다.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 예산 10만 달러(약 1억원) 수수를 제외한 나머지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검찰은 피의자 신문을 마친 뒤 구속영장 청구 준비를 시작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날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한 뒤 수사팀에 구속영장 청구를 지시했다.

전직 대통령 구속영장은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네 번째다. 생존해 있는 전직 대통령 모두가 검찰 구속 수사 대상에 오르는 전력을 갖게 됐다. 올해 76세인 이 전 대통령은 1964년 한·일 국교정상화에 반대하는 6·3학생 시위를 주도하다 6개월간 복역한 후 54년 만에 다시 구속 기로에 섰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