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악화·물가 불안에… 금리인상 시계 늦춰지나

입력 2018-03-20 08:54
뉴시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계가 늦춰질 조짐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당초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 번씩 총 2회 인상이 가능하다는 예상과 달리 올해 한 번만 인상해도 다행이란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원인은 저조한 고용·물가지표에 있다. 곧 다가올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가 크지 않다는 점도 한은의 관망세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이일형 금융통화위원은 19일 한은 본부에서 간담회를 열고 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 말고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강조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모두 7명이다. 대상이 무차별적이고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중장기적인 금리정책보다 소외계층이나 일자리 등 구체적 목표 설정이 가능하고 단기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는 ‘정부의 돈 풀기’(재정정책)가 경기부양에 효과적이라는 원론적 언급이다.

이 위원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집행 등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언급한 배경에는 8년여 만에 최악으로 떨어진 2월 고용지표가 자리 잡고 있다. 청와대에 일자리수석과 일자리 상황판까지 설치했지만 지난달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0만명 느는 데 그쳤다. 평소 30만명 수준의 성장세를 보이다 급격하게 추락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올해 예산안의 잉크도 마르기 전인 3월에 이례적으로 4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 카드를 내밀고 있다.

정부가 일자리에 전력투구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체감 물가와 별도로 물가지표가 1% 초반대에 머물고 있는 점도 기준금리 인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경기 둔화를 예측하는 목소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낮춰 잡았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을 따라 한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기에는 고용, 물가, 성장률 등 저해 요소가 너무 많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