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자율주행차 ‘안전성’ 논란 증폭… 첫 보행자 사망사고

입력 2018-03-20 08:40
우버 차량의 모습. AP뉴시스

자율주행차에 의한 첫 보행자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운전자 없는 차량 운행’의 안전성이 도마에 올랐다.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는 획기적 신기술로 주목받던 터라 세계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차량호출업체 우버의 자율주행차가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 교외 교차로에서 보행자를 쳐 사망케 했다. 자율주행자 시험운행 중 보행자가 사망한 것은 처음이다.

사고는 피닉스 인근 도시 템페에서 발생했다. 18일 저녁 10시쯤 템페 시내 커리 로드와 밀 애버뉴 교차로에서 자율주행 모드로 운행하던 우버 차량이 길을 건너던 여성 보행자 엘레인 허츠버그(49)를 쳤다.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경찰에 따르면 자율주행차는 커리 로드 북쪽 방향으로 진행 중이었고, 보행자는 서쪽 편에서 횡단보도 바깥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사고가 난 교차로는 모든 방향으로 복수의 차선이 있는 복잡한 교차로였다.

우버는 피닉스와 템페에서 지난 몇 개월 동안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을 해 왔다. 사고 차량에는 운전석에 앉은 시험 운전자 외에 다른 승객은 없었다.

경찰은 우버 측이 사건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버 대변인은 “피해자 가족에게 애도를 표한다”면서 “현지 경찰에 전폭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라 코스로우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 역시 트위터를 통해 “애리조나에서 들려온 믿을 수 없이 슬픈 소식을 접했다. 희생자 유족을 생각하며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버는 사고가 발생하자 애리조나 주 피닉스·템페와 피츠버그, 샌프란시스코, 토론토 등지에서 진행하던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에릭 웨이스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대변인은 현지에 조사팀을 급파하고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현지에서는 보행자가 횡단보도 바깥 쪽으로 건너고 있었던 상황이어서 자율주행 모드에서 차량이 보행자 주의가 필요한 구역이 아닌 것으로 인식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버 차량의 모습. AP뉴시스

자율주행차에 의한 첫 보행자 사망 사고로 안전성 논란이 커지면서 의견도 분분하다. 미시 커밍스 듀크대학 로보틱스 전문가는 “운전자 없는 차량 운행 기술의 급속한 전환은 위험하다”면서 “컴퓨터 버전의 자율주행 모드는 익숙하지 않은 운행 환경에서 매우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방 차원의 기준이 필요하다.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분명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연방 교통당국은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이 허용된 주에서는 자발적인 안전 보고서만 제출받고 있는 상황이다. 보행자 사망 사고로 인해 향후 법적 책임 문제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티모시 캐로인 노트르담대학 교수는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을 일반화하면 이런 사고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유일한 시험방법은 도로 주행 뿐”이라고 말했다. 존 심슨 소비자 단체 컨슈머 워치독 국장은 “안전성이 완전히 입증될 때까지 모든 공공도로에서 테스트를 중단해야 한다. 비극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고 피력했다.

일각에서는 사고 때문에 새로운 기술의 발전을 막아서는 곤란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로비 다이아몬드 자율주행차 전문가는 “자율주행차는 여전히 교통사고 사망자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며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