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가 만들어낸 ‘로또 아파트’ 열풍… 조정국면 벌써 끝?

입력 2018-03-20 08:02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문을 연 ‘디에이치자이 개포’ 모델하우스 앞에 방문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들어설 이 단지는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된 탓에 모델하우스 주변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윤성호 기자

최근 부동산 시장의 최고 이슈는 단연 ‘로또 아파트’ 청약 열풍이다. 이 청약 열풍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분양가 인상 억제 등 강남발 재건축·분양시장 열기를 진화하기 위해 내놓은 정부의 강화된 규제가 외려 발생시킨 이상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 개포’ 4만3000여명, 강남구 논현동 ‘논현 아이파크’ 2만여명, 경기 과천시 원문·별양동 ‘과천 위버필드’ 2만6000여명 등 주말 3일간 강남권 분양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찾은 방문객이 10만명에 육박했다.

정부는 이들 재건축 단지 당첨자들의 위장전입 여부와 자금 출처 등을 철저히 파헤치겠다고 엄포를 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3일 디에이치자이 개포를 이례적으로 직접 거론하면서 “당첨자 위장전입 여부를 현장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직후 9월 신반포자이가 평균 16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부동산 시장을 다시 달아오르게 했던 전례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건설사가 신용으로 담보를 제공하는 중도금 대출도 막힌 데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보증 승인을 통해 분양가를 사실상 간접 통제하고 있다. 정부로서는 대출, 청약, 분양가, 재건축 기준 강화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가용 카드를 총동원해 집값 잡기에 ‘올인’했지만 시장 왜곡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2중, 3중으로 마련한 규제장치가 역설적으로 인기지역 쏠림 현상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낮은 분양가는 ‘당첨만 되면 억대 시세차익이 가능하다’는 불패 이미지를 덧씌웠다.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경우만 봐도 3.3㎡당 4160만원에 맞춰진 분양가를 인근 분양권 시세와 비교해보면 전용 84㎡ 기준 3억∼4억원이 낮은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4월부터 실시되는 양도세 중과를 비롯해 다주택자 규제 및 압박이 강화되면서 ‘똘똘한 집 한 채’에 대한 수요 증가도 강남권역 분양에 대한 과열을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 학군, 교통 등 입지에 더해 새 아파트 프리미엄까지 1주택 실거주자로선 선호 조건을 두루 갖춘 일부 강남 분양에 대한 관심이 타 지역을 압도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여전히 높은 분양가와 중도금 대출 제한 등에도 불구하고 이들 인기 단지들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부 규제로 최근 억 단위로 하락한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 조정국면이 생각보다 짧게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