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53) 전 충남지사가 19일 검찰에 재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열흘 전 자진 출석 때와는 달리 “합의된 관계”라고 적극 소명했다.
안 전 지사는 오전 10시쯤 정장차림으로 서울 마포구 서부지검에 출석했다. 그는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소인들께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며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조사를 충실히 받겠다. 그에 따른 사법 처리도 달게 받겠다”며 “저를 사랑하고 격려해주신 많은 분들, 제 아내와 가족에게 죄송하다”고 덧붙인 뒤 곧장 청사로 들어갔다.
안 전 지사 재소환에 앞서 고소인들도 조사를 마쳤다. 김지은(33)씨와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직원 A씨를 지원하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전성협)는 “A씨가 검찰에서 지난 16일 16시간, 18일 10시간 동안 조사를 받으며 피해자 진술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2차 조사에서 ‘업무상 위력’ 여부를 집중 규명할 것으로 보인다. 혐의 성립에 결정적 부분인 데다 고소인들과 안 전 지사 측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범죄혐의가 성립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대권 후보까지 올랐던 안 전 지사의 사회적 지위와 권력, 고소인들에게 미치는 실질적 영향력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휴먼 류하경 변호사는 “형식적 종속관계가 아니라도 사회·경제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실질적 위치인 것이 중요하다”며 “안 전 지사의 요구를 거부했을 때 사회적 불이익을 받을 수 있었다면 성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도 “대권 주자였던 안 전 지사의 사회적 지위를 고려했을 때 성립가능성이 낮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여러 명인 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씨와 A씨 사건 중 한 사건에서라도 명확한 증거가 확보되면 다른 사건에도 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YK법률사무소 김범한 변호사는 “다수의 피해자가 나올수록 안 전 지사에게 불리하다”며 “유형이 비슷하고, 동일인이 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의 경우 인정 범위를 놓고 다툼의 여지가 많다는 점은 변수다. 폭행 협박 등 물리력 행사가 동반되는 일반 강간 사건과 달리 근무 환경, 지위의 차이처럼 보이지 않는 요소가 판단 근거이기 때문이다. 김상균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협박에 상응할 만큼의 위력이 있었느냐를 입증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고 짚었다.
임주언 김성훈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