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개월 바른미래당 논평 57% 한국당과 유사 “뚜렷한 보수색”

입력 2018-03-20 07:01

바른미래당의 우클릭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달 13일 창당 이후 바른미래당이 공식 발표한 논평의 취지는 절반 이상이 자유한국당과 다르지 않았다. 안보 이슈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드러냈고, 미투(#MeToo) 운동을 매개로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보수 진영을 대상으로 한국당을 대체할 정당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국민일보가 바른미래당이 창당 이후 19일까지 내놓은 논평 70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57%가량인 40건이 한국당 논평(내용과 결론 기준)과 유사했다. 더불어민주당 논평과 맥락, 취지가 비슷한 논평은 13%(9건)에 불과했다. 정의당과 유사성을 보인 논평은 2건이었다. 주제별로 분류할 경우 정치 분야의 논평이 2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회(21건), 안보(11건), 민생(8건), 문화(3건) 분야 순이었다.

바른미래당은 한반도 비핵화 이슈, 미투 운동 등과 관련한 논평을 쏟아내며 정부·여당을 매섭게 비판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방남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대북 특사 파견을 반대했다. 비핵화 추진 과정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거짓말’을 경계하라고 주문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 등 민주당의 미투 사태에 대해서도 각을 세웠다.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 경질 요구도 계속했다.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에 대해선 ‘세금주도 성장’이라고 비판했다. 대부분 한국당 논평과 비슷한 결론이다.

민주당과 입장이 비슷한 논평 9건은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 당국의 엄정한 법 집행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진보 성향의 논평이라기보다는 바른미래당의 개혁보수 성향을 강조하기 위한 논평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바른미래당은 논평 작성 과정에서 ‘보수 색채’를 반영해야 한다는 내부 분위기가 있다. 바른미래당 핵심 관계자는 “당의 논평 작성에는 양당 기득권 체제 비판, 양극단 주장 배제, 보수색 반영이라는 세 가지 전제가 있다”며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합당하며 보수층 공략을 목표로 삼았다. 모든 사안에서 보수색을 반영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국당과 비교해 더욱 품격 있는 언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합리적인 대안 제시도 빼놓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의 이런 기조는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측면이 강하다. 개혁보수 입장을 선명히 드러낼 경우 대선 이후 당 지지율이 10%대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당을 대체할 정당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이미 중도·진보 성향 유권자 상당수가 여권 지지세로 돌아선 만큼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를 노리고 차별화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당의 보수 색채 강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당 출신 의원은 “유승민 공동대표가 안보 문제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한국당과 다를 바 없다”며 “이러다 ‘한국당 2중대’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