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입 열면 다친다”

입력 2018-03-19 19:53

어길 시 1000만 달러 배상금… 비서실장·법률고문 서명 압력
자신의 치부 관련 입단속 의도

도널드 트럼프(얼굴)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직원들에게 100억원대 비밀유지 계약을 맺도록 강요한 사실이 드러났다. 자신의 치부와 관련해 끝까지 입을 다물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루스 마커스 워싱턴포스트(WP) 논설위원은 18일(현지시간) 칼럼에서 트럼프가 취임한 직후인 지난해 4월 백악관 직원들에게 비밀유지 계약서에 서명하도록 했다고 밝히면서 당시 작성된 계약서 초본 사본을 공개했다. 어길 경우 1000만 달러(107억원)의 배상금을 물어야 하는 계약이다. 기간 제한이 없어 트럼프의 임기가 끝난 다음에도 적용된다.

백악관 직원 중 일부는 망설였지만 라인홀드 프리버스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과 법률고문의 압력으로 결국 계약서에 서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관계자는 “폭로 시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받게 될 것임을 폭로에 앞서 재차 고민해보라는 게 계약서 작성 취지였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대선 7개월 전인 2016년 4월 WP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계획을 이미 내비친 바 있다. 트럼프는 당시 “고위직에 임명된 사람들이 관두고 난 뒤 책을 쓰거나 해서 있었던 일을 풀어놓는 게 솔직히 맘에 들지 않는다”면서 “그래야(비밀유지 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잘 모르겠다”고 말꼬리를 흐렸다.

트럼프는 취임 이전에도 자신의 진영 사람들에게 비슷한 계약을 받아낸 것으로 추정된다.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가 계약서에 서명하도록 할 당시 “대선 캠프나 트럼프타워에서 계약서에 했던 것처럼 여기에도 다 서명했느냐”라고 질문했다고 기억했다. 대선 직전 포르노 배우 스테파니 클리포드를 상대로 자신과의 관계를 발설하지 말라며 맺었던 비밀유지 계약을 연상시키는 부분이다.

한편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가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를 해임할 것이란 소문을 정면 부인했다. 타이 콥 백악관 특별고문 변호사는 성명에서 “백악관은 대통령이 특검의 해임을 고려하거나 논의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재차 확인한다”고 밝혔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