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다수의 증거가 수집됐지만 대부분의 범죄 혐의를 부인해 향후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객관적인 물증을 확보했음에도 이 전 대통령이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후 5시30분 소환 조사 이후 닷새 만에 거액의 뇌물을 수수하고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으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해 3월 박 전 대통령에 이어 1년 새 2명의 전직 대통령이 구속될 가능성이 생겼다.
이 전 대통령은 15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며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다수 확보한 객관적 자료와 측근들 진술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했지만 이 전 대통령은 “도곡동 땅과 다스는 나와 무관하다”는 취지의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을 사적인 이익을 위해 활용했던 점 등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며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 청구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 수사팀은 16일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문 총장은 3일간의 고민 끝에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했다. 주요 피의자에 대한 신병 처리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게 대통령 재임을 전후해 삼성그룹의 다스 소송비 대납,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등 110억원대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밖에도 300억원대 다스 자금 횡령과 청와대 문건을 외부로 빼돌린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대통령으로서 다스 소송에 부당개입한 직권남용 등 17여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네 번째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직 대통령이 됐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는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23일 새벽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