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예상대로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고 주장했다. 자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두 여성과 관계를 맺긴 했지만 강압이 아닌 합의에 따른 일이었으며, 이는 성폭력이 아니라 ‘남녀 간 애정행위’라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이런 방어논리를 제시하면서도 “사법처리를 달게 받겠다”며 처벌을 각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안 전 지사는 19일 오전 10시 서울서부지검에 다시 출두했다. 지난 9일 자진 출두해 9시간30분 동안 조사받은 지 열흘 만이다. 안 전 지사는 이 사건을 맡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조사실로 향하면서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고소인들께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 하십니다. 사과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검찰 조사를 충실히 받겠다. 그리고 그에 따른 사법처리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사랑하고 격려해주신 많은 분들께 그리고 제 아내와 가족에게 죄송하다”는 말도 남겼다. 위력에 의한 강요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검찰 조사를 충실히 받겠다”고만 했다.
안 전 지사 사건의 핵심은 성관계에 이르게 된 ‘업무상 위력’이 인정되느냐에 있다. 피해자 김지은씨와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더연) 직원 A씨는 모두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혐의로 안 전 지사를 고소했다. 안 전 지사의 법률대리인은 ‘성관계는 있었지만 강제성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녀 간 애정행위였다는 게 안 전 지사의 생각”이라고 했다.
특히 A씨 사건에서 업무상 위력이나 위계 관계의 성립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지사 측은 자신이 더연과 직접 관련이 없는 만큼 업무상 관계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그러나 안 전 지사가 영향력을 미쳤다고 주장하는 내부 관계자 증언도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변호사는 “(안 전 지사가) 더연에서 직접적 지위를 갖고 있지 않았다 해도 어느 정도 연관 관계가 있었고 정치적 영향을 미치는 연결고리가 존재한다면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같은 회사가 아닌 파견직이나 거래처 사이에서도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이 성립할 수 있는 것처럼 자기 밑에 속해 있는 직원이 아니거나 법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가 불분명할지라도 사실상 위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혐의적용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지은씨와 A씨 두 사람이 같은 혐의로 고소한 점도 수사에서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한 명만 피해를 인정받고 한 명은 못 받게 되는 경우는 드물 거라고 법조계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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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