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핵심 지지층은 보통 온라인에서 매서운 댓글을 날리는 ‘키보드 워리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실제 그들의 활동 방식을 들어보면 이러한 이미지는 편견일 수 있다. 오프라인 모임만 하는 지지자도 있고, 문 대통령 사진이나 동영상을 전파하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지지자도 있다. 트위터·페이스북·카카오톡 등 다양한 SNS를 일상적으로 이용하며 다른 지지자들과 소통을 중시하는 지지자도 있다. 국민일보는 문 대통령 팬카페 운영자, 팬카페 지역 모임 대표, 일반 회원 3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모두 “불필요한 오해를 받고 싶지 않다”며 익명을 요청했다.
“옛날 소통 방식 좋아”
문 대통령 팬카페 ‘문팬’의 경기도 한 지역모임 대표 박모(48)씨는 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있던 2015년 초부터 문 대통령 지지를 시작했다. 그는 18일 “당내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유약해 보였다”며 “당대표직을 내려놓은 이후 과거 약속을 꼭 지키는 모습에서 나름 중심을 잘 잡고 있는 것 같아 적극적으로 지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문 대통령 핵심 지지층 중에서 특이한 편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문 대통령 핵심 지지층은 SNS, 온라인 커뮤니티 중심의 온라인 활동을 주로 한다. 하지만 박씨의 지지 활동은 거의 오프라인에서 이뤄진다. 그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지역 문팬 모임을 열고 회원들과 만난다. 박씨는 세무 업무를 하는 회사원인데, 모임에 나오는 이들도 주로 직장인이다. 회원들은 주로 40대다. 박씨가 하는 유일한 온라인 활동은 지역 회원들이 가입돼 있는 네이버 밴드다.
그는 “나는 옛날 방식의 소통방식이 좋다”고 했다. 그리고 “온라인에 글을 쓰면 더 오해를 살 소지가 많고, 그런 이유 때문에 글로 소통하기보다는 직접 대면하고 소통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성 지지층의 ‘댓글 전쟁’에 대해선 비판적인 입장이다. 그는 “문 대통령은 ‘선플’(좋은 댓글) 운동을 제안했다. 나도 회원들에게 인터넷에서 누군가를 비난하는 걸 자제해 달라고 말한다”고 말했다.
“사진·동영상 모으는 것에 보람”
문 대통령 최대 팬카페 ‘젠틀재인’의 운영진 중 한 명인 A씨(49)는 문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활동도 했던 그는 2009년부터 문 대통령 지지를 시작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뒤 장례식장을 지키는 문 대통령의 모습을 보며 ‘자연인 문재인’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문 대통령을 공부하려고 인터넷에서 자료나 기록을 찾아봤지만 쉽지 않았다. 그는 “문 대통령은 언론 보도에서 노 전 대통령 옆에 있는 피사체에 불과했지 사진이나 기록이 거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이후 문 대통령의 사진·동영상 수집과 제작을 시작했다. 직원을 둔 사업체 대표였기에 가능했다. 그는 “8년 정도 직원들에게 일을 맡기고 문 대통령 사진·동영상을 찍으러 다녔다”고 말했다. 혼자 한 것은 아니었다. ‘젠틀재인’ 내에서도 열혈 지지자가 모였고 팀을 구성해 사진과 동영상을 기록했다. 이들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 때까지 사진과 동영상을 모았다. 인터넷에 게시된 대부분의 문 대통령 과거 사진·동영상은 이들이 찍은 것이다.
지난해 대선 이후엔 사진·동영상을 새로 기록하는 대신 인터넷에 전파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젠틀재인’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계정으로 사진·동영상을 게시한다. 또 연말이면 ‘이니 굿즈’인 문 대통령 사진이 인쇄된 탁상 달력 등도 제작하고 있다. A씨는 “요즘엔 하루에 1시간 정도 팬클럽 활동에 시간을 들이고 있다”고 했다.
“지지 활동은 일상”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주부 B씨(52·여)의 문 대통령 지지 방식은 일반적인 핵심 지지층의 모습이다. 2012년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에 출연한 문 대통령을 보고 호감을 갖게 된 뒤로 지지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다양한 지지활동을 하고 있다. 팬카페에서 활동하며 한두 달에 한 번 정도 오프라인 모임에 나간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단체방 등 SNS 활동도 활발한 편이다. 최근엔 민병두 의원에게 “사퇴하지 말아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문자 행동’도 했다.
그에게 오프라인 모임은 지역 친구를 사귀는 통로이기도 하다. 그가 ‘문팬’에서 주로 활동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팬’은 다른 팬카페와 달리 오프라인에서의 지지 활동이 중심인 팬카페다. 회원들과 만나면 문 대통령 얘기뿐 아니라 시시콜콜한 일상도 공유한다.
SNS는 B씨에게 세상을 아는 통로다. 문팬 경기 남부 모임과 민주당 자원봉사 모임으로 구성된 2개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뉴스가 올라온다. 간혹 회원들의 뉴스에 대한 해석을 덧붙이기도 한다. 또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하루 15개 정도의 게시물을 올리고 자신의 의견도 개진하며 소통한다. 그는 “외국에 살다 와서 정치에 관심이 없었는데 SNS에 올라오는 뉴스를 보며 정치를 알게 됐고, 더욱더 문 대통령을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판 윤성민 기자 pan@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