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제사회의 무역 제재를 피하기 위해 선박에 그려진 인공기를 지우거나 배 이름을 교체하는 등의 수법을 써온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은 이런 식으로 지난 한 해에만 최소 2억 달러(약 2080억원)를 벌어들였고, 다이아몬드와 와인 등 사치품도 다량 수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17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교묘한 제재 회피 기술로 가장 최근의 유엔 제재 결의안조차 대부분 우회로가 확보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휴 그리피스 대북제재위원장은 미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제재 회피 기술은 18세기 해적선들이 해적 행위를 감추기 위해 했던 방식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선박 천마산은 지난해 12월 동중국해상에서 시에라리온 국기를 단 배와 해상에서 원유를 옮겨 실을(환적) 때 배에 그려 있던 인공기를 페인트로 지우고, 국제적 표식을 위해 부여된 숫자 3도 8로 바꿔놓았다. 북한 선박들은 또 주로 밤에 해상에서 거래하는 식으로 제재를 피해 나갔다.
북한은 밀수를 위해 전 세계 북한대사관을 ‘물류 허브’로 활용했고, 밀수 및 군 전문가들을 대사관 직원으로 위장해 아프리카와 중동 등에 파견해 왔다. 북한으로부터 군사기술을 전수받거나 무기를 사들인 국가는 시리아 미얀마 에리트레아 수단 탄자니아 등이다.
사치품 수입도 많아 지난해에는 인도로부터 51만 달러(약 5억4000만원)어치의 다이아몬드를 수입했다.
또 칠레 이탈리아 불가리아 등에서 수십만 달러의 와인을, 독일과 불가리아 등에서도 수십만 달러의 화장품과 향수를 사갔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