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단원들에게 성폭력을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는 연극 연출가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이틀 연속 경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전날 시종일관 헛웃음을 지어 논란에 휩싸연던 이 전 감독은 이번엔 웃음기 없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혐의 일부를 시인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범죄특별수사대는 18일 오전 10시42분부터 오후 11시22분까지 종로구 내자동 서울경찰청에서 이 전 감독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뒤 집으로 돌려보냈다.
조사를 마치고 나온 이 전 감독은 “피해자들의 진술 내용을 중심으로 답변했다”면서 “다시 한번 피해자분들에게 죄송하고 사죄한다”고 말했다.
이 전 감독은 또 “상당히 많은 피해자가 다양하게 나와 당황했지만 인정할 건 인정하고 사실대로 말했다”며 “내가 판단할 때 왜곡되거나 오해했거나 한 부분은 수정했다”고 부연했다.
혐의를 일부를 인정한다는 뜻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전 감독은 “물론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피해자분들 용서를 구하고, 연극인들, 관객들, 연희단 배우‧스태프들에게 죄송하다”고 재차 사과했다.
전날 경찰 출석 당시 헛웃음을 지으며 답변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이 전 감독은 전날 오전 10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날 이 전 감독은 “피해 당사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면서 엇갈리는 주장에 대해 “사실 여부는 경찰 조사를 통해 밝히겠다”며 헛웃을 지었다.
피해자 몇 명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도 “잘 모르겠다”며 헛웃음을 지어 보였다. 취재진의 질문에 시종일관 웃음을 보인 이 전 감독은 태도 논란에 휩싸였고 많은 네티즌은 비난을 쏟아냈다.
한편 이 전 감독은 지난 1999년부터 2016년 6월까지 단원들을 상습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한 의혹을 받고 있다. 극단 미인 대표 김수희씨를 비롯해 연극인 16명이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이번 조사에서 이 전 감독이 자신의 자위를 이용해 성폭력을 저지른 것인지 등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 중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