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들은 트럼프입니다”…이름 때문에 ‘살해 위협’ 받은 부자

입력 2018-03-18 14:15
아사둘라 포야와 그의 아들 도날드 트럼프. 뉴시스

“제 아들의 이름은 도널드 트럼프랍니다.”

아프가니스탄에 사는 한 남성이 자기 아들에게 지어준 ‘유명한’ 이름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중앙부에 위치한 다이쿤디주 작은 마을에 살던 아사둘라 포야는 2016년 8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셋째 아들을 품에 안았다. 아사둘라는 아들의 이름을 짓기 위해 한동안 고심하다 ‘도널드 트럼프’라는 이름을 선택했다. 당시 미국 대선을 앞두고 후보에 올라 선거운동을 하던 트럼프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사둘라는 2004년 출간된 트럼프의 저서 ‘부자가 되는 법’의 현지어 번역본을 읽은 적 있었다. 책에 담긴 트럼프의 삶에 감명받았고 트럼프에게 ‘매우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아들의 이름은 부동산 개발업자로 부자가 됐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 후보까지 오른 트럼프의 운을 아들이 이어받길 바라는 소망이 담긴 작명이었다.

그러나 아사둘라의 선택은 불운이 돼 찾아왔다. 가족들은 물론 이웃들까지 아사둘라와 트럼프 부자를 비난했다. 가장 큰 이유는 아사둘라가 전통을 깨뜨렸다는 것이었다. 그들에게는 할아버지가 손자의 이름을 이슬람식으로 지어주고, 부모는 이를 따라야 하는 전통이 있다. 결과적으로 아사둘라는 모든 조건을 어기게 된 셈이다. 결국 아사둘라는 분노한 가족들을 피해 고향을 떠나 수도인 카불에 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들 트럼프의 주민등록 관련 문서가 의도치 않게 온라인에 공개돼 겪은 일도 있었다. 관련 행정 부서의 직원이 트럼프의 이름이 표시된 문서를 허락 없이 SNS에 올려 벌어진 일이다. 이로 인해 아사둘라와 생후 1년6개월이 된 아들 트럼프는 ‘교양 없는 사람’이라며 무시를 당했고, 심지어는 인터넷상으로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다.

또 이를 비난한 일부 사람들이 ‘관심을 끌려고 지은 이름이다’ ‘해외 망명을 가기 위해 지은 이름이다’ 등의 불필요한 오해를 하면서 정보당국의 조사를 받는 일까지 있었다. 아사둘라는 모든 소문은 거짓임을 강조하며 아들이 대중에게 공개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