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전 의원이 한 차례 취소했던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했다. 정 전 의원은 출마선언을 하기로 예정돼 있던 7일 제기된 현직 여기자 성추행 의혹으로 기자회견을 2시간 전 돌연 취소했다.
정 전 의원은 18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숲길 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시민 모두가 젊어지는 ‘젊은 서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특별시 노원구 공릉동 438번지,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곳”이라며 “서울 토박이이기에 누구보다 서울을 잘 알고 있고 누구보다 뜨거운 순정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전 의원은 “서울이 늙어가고 있다”며 “삶에 지친 젊은 세대가 탈출하고 있는 서울, 가정을 위해서 중·장년층이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서울, ‘잿빛 서울·서울 탈출’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년·중년·노년 세대가 함께 어우러지는 상생의 서울을 만들겠다”며 “미세 먼지, 고질적인 주택난, 청년 일자리, 강남과 비강남권의 격차 등 서울의 문제는 미세먼지처럼 겹겹이 쌓여 익숙한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정 전 의원은 또 “관리만 하고 현상유지만 하는 시정, 이제는 안 된다. 돌파형 리더십을 갖춘 해결하는 리더를 서울 시민이 원하고 있다.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현장에서 준비했다. 다양한 방송에 출연해 사회·정치·노동·행정 부분에서 누구보다 더 많이 토론한 후보라고 자부한다”고 했다.
정 전 의원은 15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에 복당 신청을 한 데 대해 언급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죽으러 가는 길인 줄 알지만 내빼지 않고 기꺼이 독배를 들었고 이명박 정권과 정면으로 맞서 다스와 BBK 진실을 외쳤다”며 “당을 위해 헌신한 정봉주를 기억해 달라”고 호소했다. 정 전 의원은 “야당에서 어떤 후보가 나와도 승리할 수 있는 민주당 후보가 필요하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가장 대척점에 서는 후보도 나다. 확실한 승리 카드를 선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중앙당 당원 자격심사위원회는 16일 정 전 의원의 복당 심사를 했지만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 전 의원의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우상호 의원이 11일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화했고, 박영선 의원은 이날 오후 영등포구에 위치한 대안학교 ‘꿈이룸학교’에서 출마선서를 통해 수소전기차 확대 등 핵심 공약을 밝힐 예정이다.
정 전 의원은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복당 여부는 당이 결정할 것으로 본다”며 “당의 결정과 판단을 존중한다. 그 이후 행보는 그때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정책과 관련해서도 짧게 밝혔다. 그는 “일자리 청년 부시장을 신설하고 일자리 창출 연간 목표를 제시해 달성하겠다”며 “강남과 비강남의 격차 해소, 말이 아니라 예산으로 실천으로 하겠다. 서울 소재 대학교가 강북출신 학생을 더 많이 뽑고 지원하도록 협의하겠다”고 했다.
성추행 의혹도 언급했다. 그는 “다음 주 수요일이나 목요일쯤 한 방송사에서 성추행이 있었던 것으로 지목된 시간대 사진을 공개할 것”이라며 “1분에서 5분 단위로 당일 일정을 찍은 사진이 다 있다. 이런 말을 거짓말로 하면 며칠 뒤면 다 드러나지 않나”라고 했다. 이어 “나는 0.1% 가능성만 있으면 도전한다. 대의와 명분이 있으면 감옥이 아니라 지옥이라도 간다”고 덧붙였다.
정 전 의원은 2011년 12월 23일 당시 대학생이던 A씨에게 여의도 렉싱턴 호텔 1층 카페에서 강제로 입맞춤을 시도하는 등 성추행 한 의혹을 받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이에 당일 일정을 공개하며 “호텔에 간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후 정 전 의원 팬카페 카페지기였던 ‘민국파’가 성추행 의혹을 처음 제기한 ‘프레시안’을 통해 “정 전 의원을 직접 호텔에 데려다줬다”고 반박했고, 정 전 의원은 “전문 사진가가 당일 일정을 내내 따라다니며 촬영한 사진 780여장이 있다. 가지 않았다”고 다시 부인했다. 정 전 의원과 프레시안은 허위사실공표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양측을 서로 고소한 상태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