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폄하’ 하일지, 제자 성추행 의혹… “강제로 입맞춤”

입력 2018-03-16 16:52

‘미투 운동(Me Too·나도 말한다)’ 폄하 발언을 했던 하일지(본명 임종주‧64) 동덕여대 교수가 제자 성추행 의혹에 휩싸였다. 앞서 하 교수는 강의 도중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사건 피해자인 김지은씨에 대한 비하 발언을 해 구설에 올랐다.

동덕여대 재학생 A씨는 “2016년 2월쯤 하 교수와 식사하고 돌아오는 길에 성추행을 당했다”며 16일 뉴스1에 밝혔다. A씨는 전날 SNS와 학내 커뮤니티 등에 하 교수의 가해 사실을 폭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에 따르면 하 교수는 A씨와 식사를 자주 하거나 전공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등 가깝게 지낸 사이였다. 가족과 남자친구 등은 걱정스러워했지만 하 교수를 믿었던 A씨는 “그런 의도는 전혀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하 교수가 본색을 드러냈다. 하 교수는 A씨와 저녁 식사 후 집에 돌아가던 중 인적이 드문 풀숲에 차를 세우고 강제로 입을 맞췄다. A씨는 곧장 하 교수를 밀쳐냈고, 더 큰 피해를 피할 수 있었다. 하 교수는 다시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A씨에게 ‘속궁합’ 등을 언급하며 민망한 말을 늘어놨다.

큰 충격을 받은 A씨는 평소 앓던 우울증이 심해져 자해를 시도하기도 했다. 원치 않게 피해 사실이 학교에 알려져 지속적인 2차 피해에 시달렸지만 대학 측의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 다른 교수 두 명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교수들은 “학내에 도움받을 기관이 있을 것” “그분이 그럴 줄이야” 등의 말만 한 뒤 상황을 넘겼다.

A씨는 지속적으로 하 교수에게 전화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하 교수는 “너에게 미안하다” “그 순간 우정을 느껴 그랬다” “유럽에서 키스는 별것도 아니다” 등의 변명을 늘어놨다.

하 교수는 이에 “키스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과를 여러 차례 했다”며 “A씨가 내게 ‘이성적인 마음이 없던 것은 아니다’라는 메일을 보냈다. 강제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A씨는 “학교를 계속 다녀야 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문제가 없도록 사과 메일을 보낸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하 교수는 14일 학내 커뮤니티에 게시된 한 학생의 고발 글로 미투 운동을 조롱했다는 구설에 올랐다. 하 교수는 강의 중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행을 폭로한 김지은씨에 대해 “욕망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고발 글을 게시한 학생은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했지만, 하 교수는 “교권 문제 등을 고려해 사과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덕여대 측은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