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 기자의 안녕? 나사로] 장애인은 패럴림픽이 아쉽다

입력 2018-03-16 15:31

전 국민의 가슴을 뜨겁게 했던 “영미”라는 외침의 감동으로 기억되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 패럴림픽도 순항하며 폐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 패럴림픽이 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는 축제의 현장이었을까.

지난 11일 발달·지적 장애인, 시각장애인들과 패럴림픽 현장을 찾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적잖은 설렘으로 시작한 여정은 만족감보다 훨씬 큰 실망감으로 끝났다. KTX를 타고 도착한 강릉역 앞 4차선 도로 횡단보도엔 점자블록이 뚝 끊겨 있었다. 불과 5m 앞에 가장 많은 관광객이 이용한다는 셔틀버스 정류장이 있는데도 말이다. 신호등의 시각장애인용 음성안내 서비스가 잘 작동되는지 버튼을 눌러 보려는 순간 또 한 번 실망해야 했다. 신호등 전원이 아예 꺼져 있고 외국인 관광객들은 쏜살같이 지나가는 차량에 손짓을 해가며 아슬아슬하게 도로를 건너야 했다.

강릉올림픽파크로 이동해 저상버스를 유심히 봤다. 휠체어장애인의 탑승이 용이한 휠체어리프트 차량이 아니었다. 승하차 도우미가 준비돼 있지도 않았다. 버스를 기다리던 한 휠체어장애인은 보도와 버스 입구를 사이에 두고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탑승을 포기한 채 콜택시를 불렀다.

휠체어리프트를 장착하지 않은 저상버스는 일반 버스에 비해 오르고 내릴 계단이 적은 버스에 불과하다. 비장애인에게나 유의미한 것일 뿐이다. 수익성도 핑계거리가 안 된다. 버스에 리프트가 장착돼 있거나 보조장치가 보도까지 경사로를 만들어주면 유모차를 동반한 젊은 가정,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등 교통약자들을 패럴림픽 경기장으로 이끌 수 있다. 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패럴림픽 기간 동안 관중 및 메달리스트 수송을 위해 139대의 휠체어 리프트 밴을 준비했다고 밝혔지만 찾기가 쉽지 않았다.

강릉아트센터에서 올림픽파크 남문을 거쳐 주요 시설로 향하는 이동로에도 점자블록이나 점자안내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당장 경기장을 찾아가는 것부터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경기장 입구에 들어서도 불편함은 여전했다. 휠체어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가 어디 있는지 찾기도 힘들뿐더러 안내도 충분치 않았다. 엘리베이터 내부도 문제다. 정면에 부착돼 있어야 할 거울이 측면에 있었다. 엘리베이터의 거울은 탑승한 휠체어장애인이 내릴 때 자신의 뒤에 있는 문이 잘 열리는지, 입구에 장애물은 없는지 확인할 수 있게 도와준다. 위치만 바뀌어도 장애 친화적인 환경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이날 동행한 시각장애인과 가족들은 경기 내용을 설명해주는 오디오장비가 마련돼 있다는 소식에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기대감은 얼마 지나지 않아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패럴림픽 관계자 9명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경기안내 서비스’에 대해 얘기를 나눴지만 모두 해결을 다른 직원에게 미뤘다. 결국 시각장애인 가족들은 그날도 경기 중계자가 돼야 했다.

사람들이 “장애는 차별받을 대상이 아니다. 조금 더 불편함을 감수하는 사람들일 뿐이다”고 얘기하곤 한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정도를 넘어서면 분명 차별이 된다. 성경은 “만일 너희가 사람을 차별하여 대하면 죄를 짓는 것이니 율법이 너희를 범법자로 정죄하리라”(약 2:9)고 말한다. 차별은 곧 죄를 짓는 것과 같다. 세계인의 축제 현장이 위법 천지가 되지 않도록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최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