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은 우리의 죄를 짊어지고 대신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의 은혜에 감사하면서 묵상하고 기도하는 시간이다. 또한 인간처럼 약한 모습으로 돌아가셨지만, 그 십자가는 가장 힘 있는 능력의 상징으로 우리에게 고난을 이기게 하는 힘을 주심을 믿으며 되새기는 시간이기도 하다.
인간의 삶은 고해라고 표현한다. 고난의 바다라는 뜻이다. 주위에 아무리 편안해 보이는 사람도 그 속을 알고 보면 여러 가지 힘든 일을 껴안고 살아간다. 이처럼 인생은 끝도 보이지 않는 고난의 바다를 계속 헤엄치며 나아가야 한다. 고난은 예상치 못하게 다가와 우리를 절망하게 할 때가 많다.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을 때도 많다. 고난이 왔을 때 피할 힘을 얻는 것이 바로 십자가의 능력이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삶에 비바람이 불어도 평안을 누리라고 말씀하셨다. 십자가의 고난 후에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평안이 약속되어 있다. 예수님은 이처럼 인간의 몸으로 오셨지만 십자가의 고난을 이겨낼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여주셨다.
‘주 달려 죽은 십자가’(149장)는 사순절 기간에 묵상하며 부를 수 있는 찬송이다. 영국에서 ‘찬송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이작 왓츠(1674~1748) 목사가 작사했다. 1707년 갈라디아서 6장 14절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는 결코 자랑할 것이 없으니”라는 말씀을 바탕으로 작사했다. 영어로 된 가장 훌륭한 찬송가로 불리는 곡이다.
왓츠는 복음적인 찬송시대를 여는 데 크게 공헌했다. 원래 이 곡은 그레고리안 성가의 단순한 멜로디 가락이었다. 이 가락을 가지고 로웰 메이슨(1792~1872)이 1824년 4성부로 편곡해 교회들에 소개했다. 찬송의 특징은 4개의 음들(도레미파-4음 음계)로만 구성돼 있어 단순하다. 그러나 찬송을 듣고 부르는 많은 사람들이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면서 스스로의 마음을 정리하기엔 아주 좋은 가락이다.
가사만 봐도 그렇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주님의 손발과 가시로 만든 면류관을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쓰신 것이라 말하며 이런 주님의 십자가를 자랑하라고 강조한다. 온 세상 만물로는 주님의 은혜를 갚을 수 없음을 고백한다.
구세군 창시자 윌리엄 부스 대장이 1905년 이스라엘 성지를 방문해 갈보리산에 올라갔다. 이 찬송이 떠올라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밤새도록 되풀이하면서 찬송을 불렀다고 한다. 필자가 지휘자로 섬기는 교회의 찬양대에서도 3월에는 연습 전에 이 찬송을 부르며 십자가 지신 주님을 생각하면서 은혜를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