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질투심에 폭로한 것” 소설가 하일지 미투 폄하 발언 논란

입력 2018-03-16 08:23

“김지은씨가 실명을 밝히면서까지 폭로한 건 질투심 때문”
“결혼해준다고 했으면 안 그랬을 것”

‘경마장 가는 길’로 유명한 소설가 하일지(본명 임종주‧64) 동덕여대 교수가 수업 중 미투 폄하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그러나 하 교수는 교권 문제 등을 고려해 사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14일 동덕여대 학내 커뮤니티엔 문예창작과 1학년 전공필수 ‘소설이란 무엇인가’ 강의 중 미투 폄하 발언을 한 하일지 교수를 고발하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물에는 하 교수가 강의 중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 대해 수업을 하던 중 “동백꽃은 처녀(점순)가 순진한 총각을 성폭행한 내용”이라며 “남자주인공인 화자 ‘나’도 미투해야겠네”라고 조롱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 교수는 또 안희정 성폭력 사건의 피해여성에 대해 “욕망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학생이 강의실에서 나가자 하 교수는 “미투 운동에 대해 이런 식으로 말한 것에 분노해 나간 거겠지.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거나 들을 생각이 없는 사람은 작가가 아니라 사회운동가를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게시물을 올린 학생은 “성추행을 당했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결국 학생들은 하 교수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에는 “하 교수는 안 전 지사의 첫 번째 피해자를 대상으로 사건 맥락과 불통하는 ‘여성의 성적 욕망’에 근거해 이른바 ‘꽃뱀’ 프레임으로 언어적 2차 가해를 저질렀다”며 “미투 운동의 의도를 비하하고 조롱한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하 교수는 동백꽃 주인공 관련 발언은 ‘농담’이었다고 주장하면서도 2차 가해를 위해 한 발언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흑백 논리에 빠져서 말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교권의 문제 등을 고려해 학생들에게 사과할 생각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덕여대 측은 사실관계를 학인한 뒤 후속조치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하 교수는 1955년 대구 출생으로 대륜고와 중앙대 문창과를 졸업후 같은 대학 대학원 국문과에 진학했다. 이오 프랑스 리모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해 현재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0년 포스트모더니즘적 장편 소설 ‘경마장 가는 길’을 발표하며 문단에 진출했다. 당시 문단에선 극찬과 혹평을 동시에 받으며 문제적 작품으로 꼽혔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