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사이트 유튜브(youtube.com) 미국 본사가 가짜뉴스에 적극 대처하기로 했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가짜뉴스가 유튜브를 통해 확산되면서 기성 매체는 물론이고 유튜브의 신뢰성마저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유튜브에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안희정 충남도지사 성폭력 폭로를 조작했다’는 내용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같은 날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5당 대표 회동에 참석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안희정(미투 폭로)을 임종석이 기획했다고 하던데…”라고 말한 것이 빌미였다. 홍 대표는 “농담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유튜브에는 같은 내용의 가짜뉴스 영상이 잇달아 올라왔다. 영상에는 ‘웃을 일이 아니다. 주사파는 더 이상 사절이다’ ‘처음부터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며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이는 댓글이 이어졌다. 가짜뉴스 영상들은 다시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포장돼 널리 확산된다.
가짜뉴스의 주소비층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열린 태극기집회 참석자들이다. 태극기집회가 열리는 현장에서는 참석자들이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돌려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신문이나 방송 뉴스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주사파 제거’ ‘문재인 대통령 퇴진’ 등 이들이 원하는 뉴스를 제공하지 않지만 유튜브에는 태극기집회 참석자들의 입맛에 맞는 영상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사실관계가 다르거나 실제 기사를 짜깁기해 만든 가짜뉴스다. 가짜뉴스에 만족한 이들은 공공연히 “신문, TV엔 볼 게 없다. 유튜브 없었으면 우리 다 속을 뻔했다”고 말한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보수 정치세력이 대안이 되지 못하니 지지층은 가짜뉴스에서 희망을 찾는 것 같다”며 “현실이 자기들의 가치나 신념과 워낙 다르니까 그런 식으로 가공의 현실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 극단적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가짜뉴스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성향과 연령에 특화된 뉴스를 제공한다. 자극적인 편집과 문구로 시선을 잡아끄는 영상이 대다수다. 근거가 명확히 제시되는 경우도 드물다. 반면 영향력은 무시하기 어렵다. 구독자 수가 수만명이 넘고 조회 수도 수십만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경찰청은 가짜뉴스 대응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가짜뉴스 생산자를 추적, 검거하겠다고 밝혔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언론마저 정치 진영에 따라 나뉘다보니 신뢰도가 낮아졌다. 책임 있는 언론의 역할을 되살리는 게 일차적으로 중요하다”며 “명예훼손, 시민사회 신뢰 저하 등 가짜뉴스로 생긴 피해 양상을 확인하고 피해 구제 절차를 면밀히 검토한 후 법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