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弱달러’ 좋아한다니… 금리인상에도 거꾸로 베팅

입력 2018-03-16 06:05

오는 2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면서 달러화 투자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우리 돈인 원화 대신 외국 돈인 외화를 운용해 재테크를 하는 일명 ‘환(換)테크’이다. 연준 금리 인상으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증폭되는 시기다. 주식은 좀 불안하고 부동산은 정부 규제로 틈이 없다고 느껴진다면 환테크로 눈을 돌려봄직하다. 이때 단기 환차익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장기적으로 통화 분산 차원에서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은 달러 강세를 불러와 원·달러 환율을 높이는 소재로 작용했는데, 이번엔 반대로 달러 약세를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다수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약(弱) 달러 선호와 강화되는 보호무역주의, 4월 미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보고서 발표 등의 일정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2월 말 현재 국내 6개월 이상 거주한 개인의 달러화 예금 잔액은 131억 달러 수준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두드러진 원화 강세(환율 하락) 여파로 ‘달러가 쌀 때 사두자’는 수요가 몰려 11월 이후 석 달 연속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왔다가 2월 들어서 조금 주춤했다.

실제 달러가 싸긴 쌌다. 지난해 9월 중 월평균 종가기준 원·달러 환율은 1132.93원이었으나 지난 1월엔 평균 1066.54원까지 내려갔다. 2월 들어 연준의 연내 금리인상이 3회를 넘어 4회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2월엔 1080.70원까지 환율이 다시 올라갔다. 하지만 추세적으로는 달러 약세, 즉 원·달러 환율의 하락 흐름을 되돌리긴 힘들어 보인다.

김탁규 IBK기업은행 반포자이 WM(웰스매니지먼트)센터 PB(프라이빗뱅킹)팀장은 “이달 말 금리 인상 충격이 와서 일시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100원까지 치솟을 순 있지만 4월엔 또다시 1065∼1085원대로 돌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환율엔 미 연준의 3회 인상 기조가 이미 반영돼 있고, 이게 4회로 늘어나더라도 효과는 제한적이란 분석이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미국의 수입 물가를 올리고 경기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결국 달러 약세로 이어져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릴 수 있다. 특히 4월 미 재무부의 상반기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우리 외환당국이 원·달러 환율 하락을 적극 방어하기 더 어려워지면서 1050원대 밑으로 추락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우리의 경상수지 흑자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늦춰질 것 같았던 한은 기준금리 인상도 빨라질 확률이 높아졌다. 둘 다 원화 강세, 즉 원·달러 환율 하락 요인이다. 청문회가 남아있긴 하지만 이주열 한은 총재 연임이 사실상 결정되면서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상 소수의견 표출에 이어 5월 인상 결정 시나리오가 회자되는 중이다. 남북 정상회담 등으로 우리 금융시장에 드리웠던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도 걷혀가는 중이다.

원·달러 환율이 1050원대 아래로 추락하더라도 전문가들은 단기적 환차익을 노린 투자보단 중장기적 통화 분산 원칙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KEB하나은행 한남1동 골드클럽 최영미 PB팀장은 “단기로 환투자를 해서 달러화를 저가에 사서 고가로 팔아 이익을 남기는 방식은 옛말”이라며 “요새 자산가들은 리스크 피하기 차원에서 원화 대 외화를 9:1 혹은 8:2 비중으로 다변화해 보유한다”고 말했다. 원화로만 100% 투자상품을 꾸리는 것보다 환율 급변동을 흡수하도록 외화자산 비중을 일부 유지하는 게 이롭다는 뜻이다.

달러화를 외화예금에 넣어두는 데 그치지 말고 좀더 수익을 얻는 투자 상품으로 굴려봐도 좋다. 우리은행 정선미 WM센터 자산관리컨설팅팀 부부장은 “세계 경기는 계속해서 전반적인 확장 국면”이라며 “경기가 좋을 땐 채권보다 주식이 유리하다. 환율 이익만 보지 말고 외화로 투자하는 상품을 통해서 자산을 더 불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때 고려해야할 점은 투자 기간이다. 달러화로 된 여윳돈 굴릴 기간이 3개월이냐 1년이냐 10년 이상 장기투자냐에 따라 추천 상품이 달라진다. 정 부부장은 “1년 짜리는 역외에서 달러로 운영되는 주식형 펀드, 10년 이상은 달러화 방카슈랑스 상품을 권한다”고 덧붙였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