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민병두 두고… 조기숙 ‘미투’ 글에 전여옥 날선 반박

입력 2018-03-15 18:17 수정 2018-08-21 13:49
조기숙(왼쪽) 교수와 전여옥 전 의원.

정봉주와 민병두.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에 휩싸인 인물들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두 사람이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비판 일색이던 여론은 진실공방으로 변화하는 모양새다. 고은 시인 이윤택 감독 등 문화예술계 정점에 있는 인사들의 지속적인 성폭력을 고발해온 미투가 정치권을 향하면서 조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 1월 서지현 검사의 안태근 전 검찰국장 성추행 폭로로 들불처럼 번진 ‘미투 운동’의 본질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창시자 타라나 버크가 말하는 ‘미투’
미투 운동은 흑인 여성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10년 전 처음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크는 2007년 성폭력 피해자 지원 시스템에서 소외된 유색인종 피해자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그들을 돕기 위해 ‘미투’라는 구호를 사용했다.

버크는 최근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미투에 대한 기준을 설명했다. 그는 △성별에 관계없이 성폭력 희생자를 위한 운동이다 △여성 피해자가 많기 때문에 여성이 주도하는 모양이지만 남성은 적이 아니다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느껴야 한다고 요구할 수 없다 △명망가들의 운동 참여는 부정적이지 않다 △남성이 일상에서 여성을 배제하려고 하는 태도는 해결책이 아니다(펜스룰) 등의 주장이다. 버크는 ‘남성은 적이 아니다’라며 성 대결을 경계하면서도 다수인 여성 피해자들을 드러내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정봉주(왼쪽) 전 의원과 민병두 의원.

◇“사이비미투로 오염되기 시작”
한국에서 ‘미투’ 개념은 어떨까. 법조계와 문화예술계에 이어 정치권으로 번지자 “미투는 공인의 성적 추문이나 사생활을 폭로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이같은 미투를 ‘사이비 미투’라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에서 미투 운동은 위력과 위계에 의한 반복적이고 상습적인 성폭행을 폭로하는 데에서 시작됐다”며 “상대의 권력이 너무 커 조용히 법적으로 해서는 이길 수 없기에 다수의 여성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실명 공개로 한 남성의 추행을 연대 고발함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하고 여론 재판을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정 전 의원과 민 의원을 향한 미투 폭로를 ‘Me only(미 온리)’라고 했다. 그는 “한 남성과 여성 사이의 일회적인 성추행(으로 느꼈던 행위), 그것도 당시 권력이 없는 사람의 미수 행위, 여러 여성에게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했던 것이 아니라 한 여성이 한 번 경험한 것은 미투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며 “익명에 기대 증거나 논리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사생활을 폭로하는 건 정치를 시궁창에 처박는 일”이라고 했다.

최민희 전 의원 역시 미투를 위계와 위력에 기반한 성폭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 전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투 운동에 기반한 한국 현실에 맞는 기준을 제시했는데 △권력 관계 하에서 발생했을 때 △직업적 가치가 훼손되거나 현재와 미래의 직업적 가치가 훼손됐을 때 △성범죄가 동반될 때 등이다.

조기숙 교수 페이스북 캡처

◇미투에 자격이 있다? 그건 ‘조기숙 온리’
하지만 ‘위계와 위력에 의한 상습적 성범행 폭로만이 공감을 얻는 미투’라는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여옥 전 의원은 15일 블로그를 통해 조기숙 교수의 주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권력은 상대적이며 잠재적 요소도 갖고 있다. 당시 낙선 의원(민병두)이라고 백수 정치인(정봉주)이라고 해도, 당하는 그녀보다 더 사회적 힘이 있고, 체격도 큰 물리적 힘이 있다”며 “나이가 곱절이나 되는 늙은 남성과 어린 여성-이것도 권력의 위계에 의한 미투다. 그래서 미성년자 성추행을 엄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 전 의원은 또 “조씨는 덧붙이길 '익명에 기대 증거나 논리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사생활을 폭로하는 건 정치를 시궁창에 처박는 일'이라고 했다”며 “이 참혹한 ‘미투'에 논리를 요구하나. 가해자가 하는 성추행에 무슨 논리가 있고 어떤 증거가 있나. 가해자는 증거인멸을 시도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피해자 보호’를 강조한 것이다. 미투가 ‘나도 당했다, 나도 성범죄 피해자다'라는 고백이라는 점에서 피해자의 폭로를 특정 범위로 한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다음은 전여옥 전 의원 블로그 글 전문>

'외부자들'방송 녹화를 준비하다 보니
조기숙씨 글을 읽게 됐습니다.
금태섭의원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글'이라고 했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진영에 대한 그녀의 갸륵한 충성도'를 생각해서
한 마디 하려 합니다.

일단 글을 안쓴다고 하다가 글을 쓴다면서
'천부인권'이라고 했습니다. 시민권과 뭐 다르다나? ㅎㅎ
그런데 시민권이고 천부인권이고 간에
'침묵하겠다'고 했었는데 자기가 스스로 한 약속을
'천부인권'까지 끌어내면서 뽀개네요. ㅋㅋ

조씨의 글을 읽다보면 성추행 가해자인 남자가
쓴 글 같습니다.
쫌 먹물깨나 먹은 지식인코스프레하는 역겨운 남자말이죠.
조씨는 '위계와 위력에 의한 상습적 성범행만이
폭로에 의해 국민공감 얻는 미투로 자리잡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어쩌다 한번은 '미 투'가 아니라 '미 온리'랍니다.
김지은씨한테 '왜 4번이나 당하면서 가만있었냐?'는 비난을 퍼붓는
일부 네티즌한테는 뭐라고 조씨는 반박할까요?
4번당했으나 '김지은씨는 미투자격있다'고 하겠죠?

또 '당시 권력이 없는 사람'이 한 것은
'미 투'가 아니랍니다.
권력이 뭔지도 모르고 정치학교수를 하고 있네요.
권력은 상대적이며 잠재적 요소도 갖고 있습니다.
당시 낙선의원이라고 백수정치인이라고 당하는 그녀보다
더 사회적 힘이 있고, 체격도 큰 물리적 힘이 있는 겁니다.
나이가 곱절이나 있는 사람과 어린 여성-이것도
권력의 위계에 의한 미투지요.
그래서 미성년자 성추행을 엄벌하는 겁니다.

조씨는 덧붙이길 '익명에 기대 증거나 논리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사생활을 폭로하는 건
정치를 시궁창에 처박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이 참혹한 '미 투'에 논리를 요구하나요?
가해자가 하는 성추행에 무슨 논리가 있고
어떤 증거가 있나요? 가해자는 증거인멸을 시도하죠.

조씨는 '미국 경제를 역대 최고의 호황으로 이끈
클린턴은 사생활이 도덕적이어서 훌륭한 대통령이었나?'라고 했죠.
누가 클린턴을 '훌륭한 대통령'이라고 하나요?
대통령집무실에서 그 짓을 벌인 클린턴의 방종과 추태를
미국인들은 결코 잊지 않습니다.
힐러리가 대통령이 못된 것은 '그런 한심한 남편을
용인하며 오로지 권력만을 추구한 삶'때문인거죠.

그리고 '경제를 호황으로 이끌면 다 훌륭한 대통령'이군요.
도덕성은 제로여도 괜찮다는 말이네요.
하지만 자유한국당에서도 'NO'라고 할 거예요.

오로지 '미 온리' '조기숙 온리'입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