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하일지, ‘미투’ 조롱 논란…“‘동백꽃’ 점순이도 성폭행 가해자”?

입력 2018-03-15 17:37

소설 ‘경마장 가는 길’로 유명한 소설가 하일지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본명 임종주)가 1학년 전공 수업에서 ‘미투’ 운동을 조롱하는 듯한 발언을 해 해당 학과 학생회가 이를 규탄했다.

동덕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 학생회는 15일 “벽은 넘어서는 자를 막지 못한다”는 제목의 공식 성명을 내고 하씨의 발언을 비난했다. 하씨의 발언이 해당 수업을 수강한 학생들에게 정신적 상해를 입혔을 뿐 아니라 학과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도 했다. 또 “남성중심적 성(기) 사상이 옳다고 여기며 과오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교수는 우리를 가로막는 거대한 벽에 불과하다”고 적었다.

사진=동덕여자대학교 총학생회 페이스북

하씨는 14일 해당 학교 학과의 1학년 전공수업에서 소설 ‘동백꽃’의 내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처녀가 순진한 총각을 X먹으려고 했다”며 “점순이가 남자를 성폭행했네, 얘도 ‘미투’해야겠네”라고 발언해 물의를 일으켰다. 또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을 폭로한 피해자에 대해 “질투심 때문에 그랬다” “결혼해준다고 했으면 안 그랬을 것”이라고 말한 사실도 알려졌다.

문창과 학생회는 ‘미투’에 대해 “자신을 타자화하고 검열하던 성폭력 피해자에게, 그가 경험한 폭력의 실체를 적확히 응시할 수 있도록 돕는 동력이 된다”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하씨의 발언이 ‘미투’ 운동의 의의를 우롱할 뿐 아니라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고 비난했다.

이번 사건은 동덕여대 재학생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처음 수면 위로 떠올랐다. 처음 폭로글을 쓴 한생은 “사람이 사람을 말로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한 날”이라고 적으며 하씨의 발언이 충격적이었음을 언급했다.

우승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