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유모차 끌고 출근시간에 지하철 탄 엄마

입력 2018-03-15 16:49
게티이미지뱅크

아이 한명을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던가요?

1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아픈 아이와 엄마를 도왔다는 훈훈한 사연이 올라왔습니다. 도움을 받은 엄마가 직접 작성한 글이었죠.

엄마는 안양에서 용산까지 가야했습니다. 아이가 아파, 다니던 병원에 방문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생각만 해도 막막했습니다. 출근시간이었던 데다 아이를 안고 먼 길을 갈 수 없어 유모차를 끌어야 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아이는 계속 울어댔습니다. 엄마도 그 자리에서 울고 싶었을 겁니다.

그 때 한 남성분이 다가왔습니다. 휴대폰으로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영상을 틀더니 아이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달래주기 위해서였죠.

또 등교하는 것으로 보이는 숙명여대 점퍼를 입은 한 여대생은 엄마를 위해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덕분에 엄마는 아이 상태를 살피며 앉아서 갈 수 있었죠.

끝이 아닙니다. 아이가 보채는 통에 신발이 떨어지자 바로 주워주신 분도 있다고 했습니다. 엄마는 “아기 신발 떨어졌을 때 주워 주신 분 감사하다”면서 “(경황이 없어) 손만 보고 인사 했다”며 거듭 감사의 말을 남겼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용산역에 도착한 엄마. 내리는 건 더 문제였습니다. 난처해하자 갑자기 키가 큰 한 남성이 지나갈 길을 만들어 주었죠. 엄마 입장에서 이 모든 상황은 ‘생각치 못한 호의’ 정도를 넘어 ‘기적’ 같은 일이었을 겁니다.

요즘 아이 엄마들을 보는 부정적인 시선이 참 많습니다. 때문에 아주 사소한 것에도 눈치를 봐야하는 경우가 더러 있죠. 글을 쓴 엄마도 분명 고민이었을 겁니다. 출근시간 대에 유모차가 지하철에 탄다면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 생각했을 테죠.

괜한 우려였습니다. 세상은 아직 따뜻했고, 참 살만했습니다. 아이 한명을 위해 온 마음을 모아준 시민들, 그 날 베푼 값진 선행은 돌고 돌아 더 큰 빛이 되어 자신에게로 돌아올 겁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