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이 승객의 반려견을 기내 짐칸에 넣게 했다가 반려견이 죽자 ’황당한’ 해명을 내놓아 비난을 받고 있다. 항공사 측은 “애완견 운반용 가방에 개가 들어 있는 것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USA투데이는 12일(현지시간) 미국 휴스턴에서 뉴욕으로 가는 유나이티드항공 여객기에 프렌치 불독 종의 반려견과 함께 탑승했다가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당한 승객 A씨의 이야기를 13일 보도했다.
A씨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여행을 위해 미 교통안전청(TSA) 규격에 맞는 애견용 캐리어를 미리 준비했다. 캐리어에 반려견을 넣어 아무 문제 없이 비행기에 올랐던 그는 곧 승무원에게 애견 캐리어를 짐칸에 넣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보통 미국 항공사들은 캐리어에 든 애완동물을 좌석 아래에 두도록 한다.
A씨는 항의했지만 승무원은 계속해 같은 요청을 했다. 결국 A씨의 반려견이 든 캐리어는 짐칸으로 옮겨졌고, 비행이 끝날 무렵 반려견은 죽은 채로 발견됐다. 매체는 짐칸에서 산소가 자유롭게 순환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 사건이 공론화되자 항공사 측은 승무원이 A씨 캐리어에 개가 들어 있는 줄 모르고 한 일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A씨는 “승무원에게 ‘여기 강아지가 들어 있다’고 분명 말했다”고 반박했다. 당시 탑승했던 승객들도 SNS를 통해 A씨의 주장을 지지하는 글을 올려 가세했다.
승객들의 목격담이 계속되자 항공사 측은 14일 뒤늦게 A씨가 가방 안에 개가 있다고 알린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우리 승무원이 그 말을 못 들었거나 잘못 이해한 것”이라며 “일부러 개를 머리 위 짐칸에 넣으라고 강요한 것은 아니다”라는 성명을 재발표했다.
그러면서 “애완동물은 기내 짐칸에 두어서는 안 된다.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비극적인 사고였다”며 “이러한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 진상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사과가 무색하게 유나이티드항공이 사건 하루 만에 또 다른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AP통신은 항공사가 13일 오리건주 포틀랜드 공항을 출발해 미주리주 탠자스시티로 향하던 승객의 반려견을 일본으로 수송해버렸다는 내용을 14일 보도했다.
저먼 셰퍼드 품종의 반려견 수송을 항공사 측에 맡긴 승객 B씨는 목적지에 도착해 수하물 센터를 찾았지만 자신의 반려견을 만날 수 없었다. 대신 B씨가 건네받은 건 그레이트데인 품종의 개였다. 항공사 측이 두 마리 개의 수송 목적지를 실수로 바꿔버린 탓이었다.
B씨의 반려견은 일본에 무사히 도착했고, 건강상태를 확인한 후 다시 미국으로 돌려보내진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반려견이 장시간의 비행으로 받았을 스트레스와 항공사 측의 실수를 지적하면서 소송 제기 의사를 밝혔다.
유나이티드항공이 승객의 반려동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도마에 오른 것은 처음이 아니다. 교통부 항공여행 소비자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유나이티드항공을 이용한 애완동물 53마리가 죽었다. 이는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수치다. 지난해에만 18마리가 죽었으며 대개는 A씨의 반려견처럼 머리 위 짐칸에서 죽었다.
유나이티드항공이 반려동물 운송 프로그램으로 많은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지만 관련 문제가 계속 발생하자 이를 비난하는 시각이 많다. 이에 항공사 측은 “죽은 동물들은 대개 원래 갖고 있던 질병이나 조건, 운반기구에 넣을 때의 잘못 등으로 숨진다”며 “우리는 동물을 태울 때 가장 나중에 태우고 가장 먼저 내리는 등 배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알려진 애완동물 부상이나 죽음에는 유나이티드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어떤 반려견은 자연사했지만 일부는 심혈관계 질환이나 복부 팽만, 열사병 등으로 숨졌고 어떤 동물은 운반 도중 빠져나와 주인에게 돌려주는 과정에서 차량에 치여 죽기도 했다. 또 집토끼를 운반 중에 죽게 한 다음 증거인멸을 위해 사체를 소각해 버려서 주인에게 고소당한 사건 등도 발생했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