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이 연기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의 이 같은 추측은 크게 세 가지 이유에 근거한다. ①국무장관 교체 ②빈약한 대북외교라인 ③절대적 시간부족 등이다.
①국무장관 교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경질시키고 그 자리에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명했다. 국무장관은 미국 정부의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수장이다.
NYT는 14일 폼페이오 지명자의 상원 인준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북·미 정상회담이 지연될 수 있다고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통상 상원 인준에는 여러 주가 걸리는데, 백악관은 인준 절차를 시작하기 위한 서류작업도 끝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즉 북·미 정상회담이 두 달 정도 남은 시점에서 외교수장 자리가 비어있는 셈이다.
폼페이오 지명자는 정식으로 임명되기 전에는 북·미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맡을 한국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도 공식적으로 접촉할 수 없다. 정상회담이 예정된 5월말까지 본격적인 준비를 하기에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②빈약한 대북외교라인
미국의 대북 외교라인이 빈약해진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에는 조셉 윤 미 국부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은퇴를 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윤 대표는 2016년 10월 대북정책특별대표로 선임돼 북한과의 주요 대화 채널로 활동해왔다. 이 때문에 윤 대표의 은퇴가 북미 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주한 미국대사 자리도 1년 넘게 공석이다. 앞서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주한 미 대사로 내정됐지만 낙마했다. 현재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정상회담을 대부분 준비하고 있지만, 상급자인 허버트 맥매스터 NSC 보좌관이 곧 경질될 것이라는 루머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WP는 에런 데이비드 밀러 우드로윌슨센터 부소장의 말을 빌려 북·미 정상회담이 6~7월로 미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③절대적 시간 부족
이와 별도로 애초에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도 거론된다. 북핵 문제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극도로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다. 북·미뿐만 아니라 한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관련국과의 협의도 중요하다. 정상회담은 양국이 각자의 이해관계를 두고 첨예한 대립과 대화를 펼치는 자리다. 회담 장소에 쓰일 테이블의 크기와 모양 등 얼핏 사소해보이는 것들도 사전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이를 고려하면 2달 정도의 시간은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