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수십 수백 번씩 갈등했지만, 세금 내는 이 나라의 주인이면서도 대접받지 못하는 우리 힘든 서민들의 삶이 떠올라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이재명 경기도 성남시장은 14일 퇴임사에서 “준예산 사태도 겪고 수차례 예산과 조례가 부결되는 것은 다반사였다”면서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수십 수백 번씩 갈등했지만, 세금 내는 이 나라의 주인이면서도 대접받지 못하는 우리 힘든 서민들의 삶이 떠올라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고 강조했다.
퇴임식의 맨 마지막 순서로 이재명 시장이 퇴임사를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부인 김혜경씨가 뭐라고 속사이는 듯했다.
연단에 선 이 시장은 “아내가 ‘울지마! 울지마! 울지마!’ 라고 했다. 나는 정말 행복합니다”로 퇴임사를 시작했다,
이 시장은 “돌아보면 지난 8년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창조의 시간이었고, 시민들이 진정한 주권자라는 확신을 갖게 한 기쁨의 시간이었다”며 “지금은 전국 곳곳은 물론 세계에서도 벤치마킹을 하는 성남시 정책은 어느 것 하나 쉽게 이뤄진 것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시장이 되겠다고 다짐한 계기가 된 성남시의료원에 대해 말하며 간혹 눈시울을 붉혔다.
이 시장은 “2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서명하고 1만8595명이 주민등록증을 내가며 한겨울 혹한 속에서 지장 찍어 만든 ‘시립병원설립조례’를 시의회가 47초 만에 날치기로 부결시켰을 때 너무 억울하고 서러워서 시민들과 함께 목 놓아 울었다”면서 “시장이 돼 내 손으로 성남시의료원을 만들겠다고 결심해 정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아침 성남시의료원 공사현장에 들러 건물 꼴을 갖춰가는 의료원을 보면서 그곳에서 안심하고 진료받을 시민 여러분을 떠올렸다”면서 “뜻하지 않은 일들로 공사가 늦어진 것이 못내 아쉽고 마음에 걸리지만, 공직자 여러분께서 앞으로 잘 마무리해 최고의 병원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시장은 퇴임사 도중에 두 번에 걸쳐 큰 절을 했다.
그는 “성남을 대표하는 시장직의 영광을 주시고 일할 기회를 주신 시민 여러분들이 아니었다면 오늘날의 성남시도, 촉망받는 정치인 이재명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성남시민에게, 그리고 “일선에서 묵묵히 헌신해 주신 공직자 여러분과 시민들의 격려 덕분”이라고 말하고 나서 공무원들에게 큰 절을 했다.
행사장을 가득 메운 시민과 공무원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이날 행사장 대형 스크린에는 강설 속 눈 치우기, 고액체납자 가택 수색, 모란가축시장 자진철거 등 12장의 사진이 비춰졌다.
이 시장은 직원들과 사진 한 장, 한 장에 대해 소회를 나누는 ‘함께라서 고마워요’라는 갈무리 토크를 하며 석별의 정을 나눴다.
이 시장의 공식 사퇴일은 3월 15일이다.
이 시장은 ‘6·13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출마 준비를 위해 지난 2일 성남시의회 의장에게 사임통지서를 제출했다.
성남=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