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 외치던 日, 북일정상회담 모색… “북·미 중개역, 韓에 뺏겨”

입력 2018-03-15 13:41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된 상황에서 일본이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모색하고 나섰다. 최근 몇 달간 북한을 둘러싸고 진행된 남-북-미 삼각외교 국면에서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했던 일본이 뒤늦게 이를 만회하려 뛰어든 것이다. 일본의 극적인 북미 정상회담 합의가 발표되기 직전까지도 ’대화’를 견제하며 ‘압박’을 외쳐왔다. ‘재팬 패싱’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위기감에 북일 정상회담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교도통신 등 복수의 일본 언론은 서훈 국정원장이 지난 12일 일본을 방문한 이후 정부 관계자들이 새로운 대북 대응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고 14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 맞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북일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거리를 좁힐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총리관저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북일 정상회담은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의 직접 대화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사건은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행방불명됐던 일본인이 모두 북한과 연루돼 있던 사건으로, 2002년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특수기관원들의 외국어 교육 등을 위해 일본인을 납치했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일본 정부가 북한에 납치됐다고 공식적으로 확인한 피해자만 15명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 이에 대한 북일 협상이 이뤄졌으며 북한 내 생존해 있던 일본인 및 그 자녀들이 일본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일본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재임 시절인 2004년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이래 북한 측과 이렇다 할 긍정적 관계를 맺지 못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과거 북일 대화가 가능했던 것은 일본이 북미 간 다리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라며 “북한이 일본과의 대화 재개에서 이익을 기대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 역시 기자회견에서 북일 정상회담에 대해 언급했다. 스가 장관은 아베 총리와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지 고려하면서 향후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계속해서 한미일 3국이 긴밀히 정책을 조율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미일이 핵과 미사일, 납치 문제의 포괄적 해결을 위해 긴밀히 연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승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