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인트’ 배급사 “단독개봉이 독과점? 효율적 전략일 뿐”

입력 2018-03-15 13:03 수정 2018-03-15 13:20
박해진 오연서 주연의 영화 ‘치즈인더트랩’ 포스터. 리틀빅픽처스 제공

영화 ‘치즈인더트랩’의 CGV 단독 개봉을 놓고 불거진 불공정 논란에 대해 배급사 측이 “효율적인 배급 방식을 택한 것일 뿐, 스크린 독과점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밝혔다.

‘치즈인더트랩’ 배급사 리틀빅픽처스의 권지원 대표는 1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영화별로 배급 방식이나 전략이 다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이 중소배급사가 배급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고편 등 극장에 노출되는 필수 광고들마다 광고비가 발생한다. 중소영화의 경우 그렇게 해도 관을 제대로 받기가 어렵다. 교차상영 혹은 조기종영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치인트’는 좀 더 효율적으로 배급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단독 개봉을 통해 비용을 반 이상 줄였다”고 설명했다.

약 4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치즈인더트랩’은 와이드 개봉 시 10억~20억원의 마케팅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단독 개봉을 함으로써 3억∼4억원에 집행할 수 있었다.

권 대표는 “극장 광고비가 계속 증가하는데 상영관 확보는 어렵다 보니 흥행에 실패하고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영화별로 상영 일정이나 광고비 규모를 정하는 데 있어선 합리적 판단이 필요하다. 제작사와 투자사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해줘야 하는 배급사로서는 천편일률적 집행이 무모한 선택일 수 있다”고 항변했다.

특히 공정한 영화시장 조성을 위해 설립된 리틀빅픽처스가 이런 배급 방식을 취한 데 대한 비판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선 “저희는 제작사와 창작자들이 공정한 대우를 받고, 제작사와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자는 취지로 설립된 회사”라며 “그런 취지에 맞춰서 이런 개봉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스크린 독점과는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향후에도 필요에 따라 단독 개봉하는 경우가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배급 방식은 다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에 따라 단관 개봉을 할 수도, 와이드 개봉을 할 수도 있다. 지금의 배급 환경에서는 효율적인 방식을 택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앞서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대책위원회(이하 반독과점 영대위)는 보도자료를 내고 “‘치즈인더트랩’의 단독 개봉이 대기업 멀티플렉스 3사 중심으로 독과점화돼 있는 영화시장에 더 심한 경쟁을 불러오고, 그 결과 시장 상황을 더 불공정한 쪽으로 고착화하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반독과점 비대위는 “단독 개봉이 단편적으로는 비용 절감에 따른 수익 증가로 이어질지 모르지만, 멀티플렉스간 과당경쟁과 ‘배급사 줄 세우기’가 생기면서 대기업 멀티플렉스에 속하지 않은 ‘독립 극장’과 독립 예술영화관들이 작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결과적으로 관객의 영화 선택권과 문화 향유권이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