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저격수’로 유명한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14일 오전 9시26분쯤부터 21시간 동안 진행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 조사에 대해 “참담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주 기자는 14일 오후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같은 날 시작된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 조사를 ‘오랫동안 꿈꿔오던 일’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이 전 대통령이 참담하다고, 자기는 억울하다고 하는 입장이어서 국민 된 사람으로서 참담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뇌물, 조세포탈, 횡령, 배임, 직권남용, 공직선거법상 대통령기록물 위반 등 혐의가 이렇게 많고 거의 소명된 상태에서 소환한 것”이라며 “계속 부인하는 것은 본인에게 불리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서 그냥 계속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주 기자는 자신이 쓴 ‘소명된 혐의’라는 표현에 대해 “뇌물 혐의 하나만 보더라도 뇌물을 줬다는 사람과 받았다는 사람이 다 증언을 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지시였다는 얘기를 했고, 그 증언을 뒷받침할 증거들도 이미 다 완비가 됐다”고 설명했다.
또 “범죄혐의가 너무 크고 많다. 검사들이나 수사관들은 쓰는 말인데, 지저분하다”며 “너무 지저분해서 (이 전 대통령이 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사실 이 전 대통령에게 구속을 좌우하는 변수가 하나 있다”며 “이 전 대통령이 모든 죄를 인정하고 시인하고 잘못했다고 사과하는 경우”라고 했다. 그러면서 “증거인멸이나 도주, 부인의 혐의가 없기 때문에 마지막 구속의 고려대상이었는데, 이걸 본인께서 지금 부인함으로써 검찰의 머리를 깨끗하게 해 줬다”고 설명했다.
주 기자는 이 전 대통령이 조사에 임하기 전 포토라인에 서 했던 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마는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며 “바라건데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했었다. 주 기자는 “마치 억울한 것처럼 이야기를 한다”며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르다가 경찰에 걸려서 잡혔는데, 자기가 잘못한 걸 인정해야지 지금 나를 잡은 경찰을 나무라고 있어서 적반하장이라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 ‘변호사 수임료가 없다’는 이 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서는 “변호인단을 자기네가 생각한 것만큼 꾸릴 수 없었던 이유는 돈 때문이 맞다”면서도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 전 대통령 측에서 계속 돈을 깎으려다가 그 변호사들이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마지막까지 자기 돈을 쓰기 싫어하는 이건 이 전 대통령의 특성”이라며 “마지막까지 돈을 안 쓰려고 하는 이 전 대통령의 절약 정신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인정하는바”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태극기 부대’와는 다르게 이 전 대통령의 소환길에는 지지자들이 없었던 점도 짚었다. 주 기자는 “이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서 이 전 대통령을 찍었던 사람들도 이 전 대통령을 좀 부끄러워한다”며 “앞으로 이 전 대통령은 주변 사람들을 더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실은 뇌물 혐의가 100억원대라고 하는데 그것보다 훨씬 더 많고 횡령 액수도 훨씬 크다. 조세포탈도 1000억원대 가깝게 나올 것이기 때문”이라며 근거를 댔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15일 오전 6시25분쯤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와 귀가했다. 검찰청사를 나서던 이 전 대통령은 취재진을 향해 “다들 수고하셨다”고 짧게 말한 뒤 쏟아지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청사를 떠났다. 이 전 대통령은 조사에서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포함한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유용, 민간 불법자금 수수 등 100억원 이상의 수뢰 혐의, 다스를 통한 300억원 이상의 비자금 조성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