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3명 투신 충격에 잠적했던 아버지, 돌아왔지만 말을 잊었다

입력 2018-03-15 10:36

서울 영등포구에서 일가족 3명이 5일 사이 연이어 목숨을 끊은 사건을 겪은 뒤 행방이 묘연했던 40대 가장이 발견됐다.

15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날 오전 1시56분께 집으로 돌아가던 A씨를 순찰 중이던 경찰이 발견하고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당시 A씨는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는 등 정신적 충격이 큰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아들 딸 부인을 차례로 잃었다. 20대 대학생인 아들은 9일 오전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 자살했다. A씨 가족은 경찰 조사에서 아들이 평소 원만한 교우관계를 유지하는 등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나흘 뒤인 13일 같은 아파트에서 40대 부인과 10대 딸도 방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이들 3명 모두 유서를 남기지 않았다.

가족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이 A씨는 행방이 묘연했다. 경찰과 13일 한 차례 통화했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힌 서울 용산구와 영등포구 자택을 중심으로 A씨의 소재를 파악 중이었다.

경찰은 아파트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한 결과 타살을 의심할 정황은 없다고 보고 부검은 하지 않기로 했다. 또 A씨가 대화가 가능해지는 대로 가족들의 사망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