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경질 이유… “북미정상회담 둘러싼 불화가 결정적”

입력 2018-03-15 07:5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13일(현지시간) 해임 통보를 받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지난 1월 10일 백악관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노려보는 모습. AP뉴시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대통령과 몇 차례 엇박자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받을 때 틸러슨은 워싱턴에 없었다. 아프리카를 순방 중이던 틸러슨은 “북·미 간 직접 대화는 아직 먼 얘기”라고 말했으나 몇 시간 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북·미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 그러나 당시까지도 틸러슨은 “아직 북한으로부터 ‘대화를 하자’는 얘기를 직접 듣지 못했다”며 유보적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지난 10일 새벽 2시30분 케냐 나이로비에서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의 전화를 받고 자신의 교체를 통보받았다.

13일 CNN방송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틸러슨을 경질하는 과정에 북한 문제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합의와 파리 기후변화 협정 등 주요 외교정책에서 번번이 이견을 보여 온 틸러슨이 북·미 정상회담 결정 과정에서도 자신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다고 여긴 트럼프 대통령이 해임 카드를 빼들었다는 것이다.

틸러슨은 켈리 실장의 전화를 받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몸이 안 좋다는 이유로 아프리카 순방 일정을 하루 단축하고 워싱턴으로 급히 돌아왔다.

그러나 대통령의 마음을 돌리는 데는 실패했다. 틸러슨은 끝내 경질을 통보받자 “존 설리번 부장관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오는 31일자로 퇴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고별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