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한 14일 청와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홍보라인 인사들은 며칠 전부터 ‘MB 소환’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입장이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이날도 “청와대는 별도 입장을 내지 않을 것”이라며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고만 했다.
이날 오전 열린 청와대 현안점검회의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에 대한 보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수준의 사실관계를 보고한 거였다”며 수사 방향 등에 대한 별도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런 침묵의 이면은 제법 복잡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을 거쳐 구속된 상태이긴 하지만 전직 대통령 2명이 함께 수감될 수 있는 상황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물론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동시 구속된 전례는 있다. 그래도 그때와 지금을 같은 선상에서 놓고 볼 일은 아니다.
부담과 함께 청와대 내부에는 ‘사필귀정’이란 기류도 존재한다. 뇌물수수 혐의와 다스 비자금 등 검찰 수사로 드러난 비리의 실체가 너무 뚜렷해 정무적 판단이 개입할 소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또 섣불리 발언했다가는 검찰에 대한 ‘수사 지휘’로 오인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쉽게 입장을 내놓기도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 대해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정권 초부터 검찰 수사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상태다. 지난 1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치 보복’을 주장한 기자회견에 문 대통령이 화를 낸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고 한다. 하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언급했다는 것, 다른 하나는 문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개입한다는 주장을 폈다는 것이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