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내가 잘할 테니 용기 잃지 말라. 담담히 조사받겠다”

입력 2018-03-14 11:23
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위해 자택을 나오며 측근에게 “용기를 잃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14일 100억원대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기 앞서 참모 및 측근들과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이날 오전 ‘친이(친이명박)계’ 정치인들은 이 전 대통령의 서울 논현동 자택에 속속 집결했다. 가장 먼저 자유한국당 김영우 의원이 오전 7시30분쯤 도착했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그동안 문재인 정권이 이 전 대통령을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며 “문재인 정권은 오늘 그 치졸한 꿈을 이뤘다”고 비판했다.

뒤이어 한국당 주호영 권성동 의원, 친이계 중심이던 이재오 전 의원, 안경률 최병국 전 의원 등도 이 전 대통령 자택을 찾았다. 이들은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출두를 위해 자택을 나선 9시14분까지 짧게는 30여분, 길게는 2시간 동안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이동관 전 홍보수석은 이 전 대통령이 검찰청사로 향한 뒤 자택을 나와 기자들에게 “소환 조사에 임하는 입장에 대해 담담한 심경으로 말씀하셨다”며 “돈도 받지 않으려 노력했고 선거 과정에서도 부정한 돈을 쓰지 않으려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렇게 돼 성찰의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이 전 대통령이) 내가 잘할 테니 용기를 잃지 말고 잘 대처하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시종일관 담담한 표정으로 “다들 고생한다. 여러분들이 피해를 받아서 마음이 안됐다”며 “담담하게 하고 오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오전 9시30분쯤 검찰청사에 도착해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민생 경제가 어렵고 한반도 안보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바라건대 이번 일이 역사에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유용 및 불법자금 수수 등 100억원이 넘는 뇌물 혐의,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를 통한 300억원 이상의 비자금 조성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