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 전 대통령은 검찰이 수사에 본격 돌입한 지 2개월여 만인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다. ‘다스는 누구의 것이냐’는 오래된 질문에서 출발한 수사는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및 불법자금 수수 등 권력형 부패범죄로 확대됐다. 서울 서초구 영포빌딩 압수수색이 결정타였다.
검찰 수사는 지난해 10월 13일 BBK 주가조작 사건 피해자의 고발에서 시작됐다. 장용훈 옵셔널캐피털 대표는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미국 소송에 국가기관을 동원했다”며 고발장을 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에 배당됐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10월 23일 국정감사에서 “다스의 법률적 실소유주를 확인하겠다”며 수사 의지를 내비쳤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12월 7일 성명불상의 ‘다스 실소유주’와 정호영 전 BBK 특검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같은 달 22일 서울동부지검에 다스 횡령 의혹 고발 사건 수사팀을 설치했다. 이 무렵부터 첨수1부도 다스 실소유주 규명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이 전 대통령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특수활동비 유용 사건을 수사하던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가 국정원 자금이 MB정부 청와대에도 상납된 정황을 포착한 것이다. ‘MB 집사’로 불리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정원에서 금품을 받았다”고 실토했다.
다스 수사도 속도가 붙었다. 다스 전·현직 사장과 이 전 대통령 조카 이동형 다스 부사장은 검찰에서 “다스는 MB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도 이 전 대통령 측의 요구에 따라 다스 소송비 60억원을 대납했다고 시인했다.
지난 1월 25일과 31일 검찰청사 바로 앞에 있는 영포빌딩 지하창고에서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압수되면서 수사는 본궤도에 올랐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에게 다스 지분을 넘기는 방안이 담긴 문건, 이 전 대통령 퇴임 후 다스 지분을 정리하는 방안이 적힌 문건을 확보했다. 2007년 17대 대선을 전후해 이 전 대통령 측이 불법자금을 조직적으로 조성한 정황을 보여주는 장부도 입수했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달 5일 김 전 기획관의 공소장에 이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적시했다. 지난달 14일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이 전 대통령을 다스 실소유주라고 기재했다. 이 전 대통령 가족과 왕년의 ‘MB맨’들이 줄지어 검찰 문턱을 넘었고 이 전 대통령도 결국 검찰 조사실에 앉는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