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을 ‘개장수’ 품에?…동물병원 “어차피 죽일 개였다”

입력 2018-03-13 14:44
유기견이 갇혀 있는 모습. 동물권단체 케어 페이스북

동물병원이 유기견을 ‘개장수’에게 넘기려다 적발됐다.

13일 동물권단체 ‘케어’에 따르면 12일 오후 4시쯤 광양읍 한 동물병원이 보호하던 유기견 5마리를 개농장에 분양하다 행인 신고로 적발됐다. 이곳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동물보호센터 운영을 위탁받은 곳이다.

신고자에 따르면 동물병원 앞에 한 남성이 차를 대더니 유기견들을 분주하게 옮겼다. 개장수들이 쓰는 밧줄 하나로 유기견을 묶고 집어 던지며 거칠게 다루는 장면이 근처 블랙박스 영상에 고스란히 담기기도 했다.

구조된 유기견의 모습. 케어 페이스북

이동식 철망 안에 무려 개 5마리를 쑤셔 넣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신고자가 동물병원으로 들어가 “무슨 짓이냐” 물었다. 원장은 “어차피 내가 죽일 개들, 내가 개농장으로 보낸다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따졌다.

제보자는 광양시에 즉각 신고했다. 광양시 공무원들이 도착했을 때 유기견들은 밧줄에 묶여 동물병원 앞 자동차 화물칸 철창 속으로 옮겨진 상태였다.

구조된 유기견의 모습. 케어 페이스북

조사 결과, 동물병원은 공고 기간인 10일 동안 주인이 나타나지 않은 유기견들을 안락사 시키게 되어 있는데 이곳은 개인에게 분양하고 있었다. 심지어 공고 기간이 지나지도 않은 개를 넘기기도 했다. 유기견들을 분양받은 사람은 개농장을 운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동물병원 측은 “개장수인 줄 몰랐다”면서 “본인이 키우겠다고 해서 줬다”고 주장했다. 분양 과정에서 금전 거래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광양시는 고의성 여부를 떠나 개농장에 유기견을 분양한 처사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해당 병원이 2006년부터 위탁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를 현장에서 폐쇄 조처했다.

또 개농장으로 넘어갈 뻔한 유기견 5마리를 포함해 병원이 보호하던 강아지 17마리, 고양이 2마리는 다른 동물보호센터로 분산 이송했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13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유기견을 개농장에 팔아넘긴 광양유기동물보호소인 ○○동물병원을 규탄했다. 케어는 “해당 동물병원을 고발하겠다”면서 “지자체를 방문하여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