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전 앵커가 9일 자유한국당 입당환영식에서 “조명창고에서 대기해야 했다”고 말한 것을 두고, 사정을 잘 아는 MBC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차가 뚜렷하다.
배 전 앵커는 이날 “정식통보도 받지 못한 채 8년 가까이 진행해 온 뉴스데스크에서 하차해야 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MBC 측은 곧장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조명기구들이 복도에 놓여있지만, 배 전 앵커가 근무했던 곳은 보도본부의 사무공간”이라고 반박했다.
MBC 관계자들은 제각각 다른 반응을 보였다.
◇ “진짜 조명창고를 몰라서 하는 말”
박건식 MBC 시사교양국 PD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것이 진짜 조명창고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배 전 앵커는 진짜 열악한 조명창고에서 근무하는 동료들을 한 번이라도 본 적 있는가”라며 “조명창고라는 가짜뉴스로 더 이상 현혹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단언컨대, MBC에서 근무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조명창고를 가본 적이 없는 듯하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앵커로 있으면서 회사에서 제공하는 기사 딸린 고급차를 타고 다니다 갑자기 조명창고에서 근무했다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했을 때, 진짜 조명창고 근무자들은 헛웃음을 터뜨렸다고 했다”고 비난했다.
박 PD에 따르면 배 전 앵커는 MBC 상암 미디어센터 6층에 있는 조명 UPS실에서 근무했다. UPS실은 스튜디오 전원이 나갔을 때 비상 전원을 공급하는 용도로 쓰여왔으나, MBC플러스가 일산 MBC로 이전하면서 UPS실로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박 PD는 “6층 복도에 조명 장비 박스가 많이 쌓여있으나 UPS실은 전혀 상관없다”면서 “ UPS 시설장비는 MBC 미디어센터에도 들어온 적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박 PD는 글을 마무리하면서 “배현진은 너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경인지사에서 7년을 지내는 동안 보도국 기자들이 얼마나 많은 수모를 겪었는지 곁에서 생생하게 봤다”고 전했다.
◇ “사무실이라고 인쇄된 종이 한 장 붙였을 뿐”
반면 배 전 앵커 주장을 옹호하는 의견도 나왔다. 박상후 전 MBC 시사제작국 부국장은 10일 페이스북에 “창고에다가 사무실이라고 종이로 써 붙이면 사무실이 되는 모양”이라고 적었다.
그는 “배 전 앵커와 1월 25일 같은 곳으로 발령받았다”면서 “6층에 있는 보도본부 사무실은 사람이 상주하는 사무공간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11일 페이스북에 재차 글을 올리며 “사람의 거주공간이 아닌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면서 “철문에다가 ‘보도본부사무실’이라고 인쇄된 종이 한 장을 붙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2일에는 “마리 앙트와네트는 1793년 10월 16일 단두대에서 처형되기전 한동안 탕플감옥에 갇혀지냈다”면서 “(배 전 앵커가 근무했던) 조명(UPS)실이 연상된다”고 적었다.
아울러 “전직 최장수 공중파 뉴스 앵커를 ‘조명장비 비상전원 공급 기계실’에서 근무하도록 한 조치는 해외토픽감이다”라면서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학수 MBC PD수첩 MC는 배 전 앵커가 “조명창고 대기”를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에 쓴 소리를 뱉었다. 그는 “배현진씨의 언론탄압 코스프레를 보며, 여러 생각이 든다”면서 “PD와 기자 그리고 아나운서들이 드라마세트와 스케이트장 관리하는 곳으로 내몰렸을 때, 당신은 어디에 있었는가? 11명이 부당하게 해고되었을 때, 한마디 위로의 말이라도 한 적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배 전 앵커에게 컴퓨터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일각의 주장에 “사진만 보고 컴퓨터가 없다고 하는 분들이 있는 모양이다”라면서 “노트북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 노트북 반납도 하기 전에, 언론사 사직하자마자 정당으로 가는 게 과연 저널리스트의 도리인가 싶다”고 글을 마무리 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