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조명창고” 주장 일파만파…MBC서도 갑론을박

입력 2018-03-13 10:59

배현진 전 앵커가 9일 자유한국당 입당환영식에서 “조명창고에서 대기해야 했다”고 말한 것을 두고, 사정을 잘 아는 MBC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차가 뚜렷하다.

배 전 앵커는 이날 “정식통보도 받지 못한 채 8년 가까이 진행해 온 뉴스데스크에서 하차해야 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MBC 측은 곧장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조명기구들이 복도에 놓여있지만, 배 전 앵커가 근무했던 곳은 보도본부의 사무공간”이라고 반박했다.

MBC 관계자들은 제각각 다른 반응을 보였다.

◇ “진짜 조명창고를 몰라서 하는 말”

박건식 MBC 시사교양국 PD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것이 진짜 조명창고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배 전 앵커는 진짜 열악한 조명창고에서 근무하는 동료들을 한 번이라도 본 적 있는가”라며 “조명창고라는 가짜뉴스로 더 이상 현혹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단언컨대, MBC에서 근무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조명창고를 가본 적이 없는 듯하다”라고 적었다.

박건식 MBC 시사교양국 PD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사진

그러면서 “앵커로 있으면서 회사에서 제공하는 기사 딸린 고급차를 타고 다니다 갑자기 조명창고에서 근무했다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했을 때, 진짜 조명창고 근무자들은 헛웃음을 터뜨렸다고 했다”고 비난했다.

박 PD에 따르면 배 전 앵커는 MBC 상암 미디어센터 6층에 있는 조명 UPS실에서 근무했다. UPS실은 스튜디오 전원이 나갔을 때 비상 전원을 공급하는 용도로 쓰여왔으나, MBC플러스가 일산 MBC로 이전하면서 UPS실로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박건식 MBC 시사교양국 PD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사진

박 PD는 “6층 복도에 조명 장비 박스가 많이 쌓여있으나 UPS실은 전혀 상관없다”면서 “ UPS 시설장비는 MBC 미디어센터에도 들어온 적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박 PD는 글을 마무리하면서 “배현진은 너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경인지사에서 7년을 지내는 동안 보도국 기자들이 얼마나 많은 수모를 겪었는지 곁에서 생생하게 봤다”고 전했다.

◇ “사무실이라고 인쇄된 종이 한 장 붙였을 뿐”

반면 배 전 앵커 주장을 옹호하는 의견도 나왔다. 박상후 전 MBC 시사제작국 부국장은 10일 페이스북에 “창고에다가 사무실이라고 종이로 써 붙이면 사무실이 되는 모양”이라고 적었다.


그는 “배 전 앵커와 1월 25일 같은 곳으로 발령받았다”면서 “6층에 있는 보도본부 사무실은 사람이 상주하는 사무공간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11일 페이스북에 재차 글을 올리며 “사람의 거주공간이 아닌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면서 “철문에다가 ‘보도본부사무실’이라고 인쇄된 종이 한 장을 붙인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후 전 MBC 시사제작국 부국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박상후 전 MBC 시사제작국 부국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이어 12일에는 “마리 앙트와네트는 1793년 10월 16일 단두대에서 처형되기전 한동안 탕플감옥에 갇혀지냈다”면서 “(배 전 앵커가 근무했던) 조명(UPS)실이 연상된다”고 적었다.

아울러 “전직 최장수 공중파 뉴스 앵커를 ‘조명장비 비상전원 공급 기계실’에서 근무하도록 한 조치는 해외토픽감이다”라면서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학수 MBC PD수첩 MC는 배 전 앵커가 “조명창고 대기”를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에 쓴 소리를 뱉었다. 그는 “배현진씨의 언론탄압 코스프레를 보며, 여러 생각이 든다”면서 “PD와 기자 그리고 아나운서들이 드라마세트와 스케이트장 관리하는 곳으로 내몰렸을 때, 당신은 어디에 있었는가? 11명이 부당하게 해고되었을 때, 한마디 위로의 말이라도 한 적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배 전 앵커에게 컴퓨터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일각의 주장에 “사진만 보고 컴퓨터가 없다고 하는 분들이 있는 모양이다”라면서 “노트북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 노트북 반납도 하기 전에, 언론사 사직하자마자 정당으로 가는 게 과연 저널리스트의 도리인가 싶다”고 글을 마무리 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